2003년 9월 7일에 쓴 시.

한 학기 정도 휴학을 한 뒤 복학을 하면서

기념으로 쓴 시

 

 

 

 

 

 


잘 살았죠



살을 조금 뺐고
머리를 조금 길렀고
수염을 기르다가 말끔히 잘랐고
찰박찰박 비를 밟았고
집에 가끔 전화를 하고
연예인들도 한 쉰 정도 만나보고
서울시장, 경주시장, 삼척시장, 원주시장과
그 친향세력들도 훑어보고
여러 곳의 사투리를 좀 듣고
꼬박꼬박 밥을 먹었고
발목에 상처가 조금 났고
눈병이 걸렸고
감자가 가출을 한 번 했었고
설사도 한 번, 쥐도 한 번 났고
땀을 많이 흘렸고
살을 조금 태워서
어깨와 가슴에 팔을 끼웠다 빼는
라인이 드러나버렸고
덧니가 나기 시작했고
전동칫솔을 샀고
구두를 하나 버렸고
암이 유전될까 겁난다 얘야
하면서 엄마가 보험가입을 시켰죠.



 

 

 

-

현재까지도 아버지와 동생은 어머니가 가입시켜 놓은

보험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나는 어머니 돌아가시자마자 당장에 해약하고

해약금을 받아서 좋은 일에 쓰려고 했다가

결국 그냥 어디다 썼는지 모르게 다 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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