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람들 속에는 들이 있다

나는 그걸 몰랐다

사람은 짐승이니 들 따위야 있으랴 했다

 

바다를 보면 들이 밀려오고

들을 보면 바다가 출렁였다

사람은 들도 바다도 아니었다

모래였다

발자국이든가

 

바다 속에서 사람은 어쩔 줄 몰랐고

들 속에서 몇 몇 사람만이 곡식 같았을 뿐이다

 

사람 속에 뻘이 있다는 말도 내키지 않았다

설사 가슴까지 빠져들어간 뒤에도

캄캄하게

누군가에게 먹혀버린 뒤에도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름답다니

사람이

어째서

 

들 속에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걸 몰랐다

종로가 들판이라는 것

취해 뭉쳐 두툴거리는 이들이 쌀과 보리라는 것

그 트름 소리가 쑥 같다는 것

 

들판에 엎어져 썩으면

나 또한, 들판이라는 것

들은

사람의 것이라는 것

 

그래서 사람들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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