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24일에 쓴 글
어제 낮에 또 엉뚱하게 다툼이 있었다
내가 재미 있으라고 한 이야기가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되었다
류의 말에 따르면 상처란 (육체적 상처를 제외하고)
환상일 뿐이지만
환상에 빠져 죽기도 한다,
사람은
사막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한국에도 신기루는 얼마든지 있다
사는 건 역시 쉽지가 않다
많은 것들을 포기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 중에 하나는 이해를 바라는 것
어젯 밤에는 고스트네이션에 글을 올렸는데
다들 무슨 짓이냐고 해외
나가서
사람 하나 죽은 걸로 어쩌면 하나같이
호들갑스럽냐고 쓴 글이었다
나를 비난하는 답글만 수두룩이 달렸다
그러나
세상에 나를 비난하는 사람만이
존재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게 수두룩하게 떼를 지어
비난을 하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견해를
지닌 사람도 나설 수가 없는 것이다
오늘도 대단한 일이 있었는데
하루가 사과같고 신비하였다
운동을 하러 학교
헬스장에 갔는데
일주일간 대청소를 한다고 폐쇄되어 있었다
할 수 없이 봉의산으로 등산을 시작했는데
인근 초등학교 애들이 소풍을
왔다
그 속에 섞여 산을 오르고 운동을 한 후
만나기로 한 친구를 기다렸는데
한 시간이나 늦게 나타났다
집에 와서 낮잠이
들었는데
꿈 속에서 사형을 당하게 되었다
나는 역 대합실 같은 곳에서
어느 종교단체에 의해 사형을 언도 받았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친구들이 무척
많이(그래서 더 놀랐다) 나타났다
기억나지 않는 초등학교 친구들까지도
나를 위해 울어주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죽기 전에 도망칠 계획으로
화장실을 보내 달라고 하고
죄인인 나는
화장실까지 기어서 가게 되었다.
이런 나를 보며 사람들은 외면하든가
눈물
짓든가 꺼림칙 해 했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내 눈 앞에는
아주 조그만 창문이 바깥을 향해
뚫려 있었다 그러다가 잠에서 깨었는데
저녁 7곱시 넘은 시간이었고
난데 없이 강풍이 불며
함지물을 쏟아붓듯이 비가
방안으로 들이쳐 이불을 적셨다
내방 창을 뚫고 비들이 쳐들어왔다
나는 순간 무서웠고 감동 받았다
산다는 건 단 하루라도 쉽지가 않고
때로는 한 두 시간도 버티기가 어렵다
하루란 온통 나비로
가득차있는
공간을 걷는 것이라서 내가 가진 공간이
동물원 울타리 만하다면 많이 걸을 수가 없다
내가 가진 공간이 아마존
만하다고 하더라도
그곳은 온통 나비들로 들어차 있다
앞이 보이지 않고 부산하며 화사하고
손을 흔들지 않고서는 걸어가기
어렵다
때로는 힘이 다한 나비들이 여기저기서
툭툭 떨어져 죽어버리는 것도 참아야 한다
늘 참으며 사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리고
겸손해지는 것이 당연시 되어버리고
눈치를 살피는 것이 훈련이 되어버린다
나비들 뒤에는 나비들이 있을
뿐이다
때로는 무척 무거운 나비들 속에서
하루를 보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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