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이름을 매길 수 있다면
‘2006년’이라는 시간 중 최악의 꿈을
‘오늘 새벽’이라는 시간에 꾸었다.
꿈 속에서 나는 다시 군대에 있었다.
군 시절 민간인 꿈을 꾸다가 깨면 늘 내무실이었던 것과는 반대로
잠을 깨니 안도의 숨이 나오는 군시절 꿈이었다.
나는 스물 아홉이라는 나이, 지금의 나이로 군대를 다니고 있었다.
서류가 잘못되어서 제대 한지 6년이나 된 내가 다시 입대를 하게 된 것이다.
‘뭔가가 잘못되어 다시 군대’에 가게 되는 이런 형식의 꿈을
일년에 한 두 번은 꼭 꾸고는 했다.
올해 들어 가장 지독한 꿈.
“나는 이미 제대를 했다. 전역증도 있고 증인들도 많다.” 고 했더니
중앙 어디선가 기록이 잘못되어서 군 미필자라 되었으므로 다시 군생활을 하라 했다.
그러면서
“사실 다 그런 거 아니냐고, 당신만 그런 것도 아니고 비일비재 한 일이라고, 그냥 넘어가야지 어쩌겠냐고” 그 장교는 내게 얘기를 했는데
이 얘기가 이상하게 설득적이어서 “네에~” 하고 막사로 돌아가는 내용이었다.
세상에는 하도 많이 들어서, 그러다 보니 설득력이 생기는 말들이 있고
한국에는 그 중에
“사실 다 그런 거 아니냐고, 당신만 그런 것도 아니고 비일비재 한 일이라고, 그냥 넘어가야지 어쩌겠냐고” 라는 식의 말이 있다.
꿈속까지 현실이 밀고 들어온 건지
꿈이 스스로 받아들이기로 한 건지
모르겠지만
몸살이 들었다
혹은 몸살에 걸렸다
그리고 마침 회식도 맞물렸다
내가 내 삶에 대해서
내 삶의 어느 순간에 대해서
내 삶을 붙들어 두고 열심히 얘기할 때가 있다
정신 차리라고 그러는 건지
마음을 풀라고 그러는 건지
그만 받아들이라고 그러는 건지
딱히 마음은 불안하고 할 게 없어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별로 좋아진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시간에 이름을 매길 수 있다면
시간에 이름을 안 매길 수도 있어야 할 텐데
습관적으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시간을 매기고 있다
어제, 1년 전, 10년 전
지금 내가 어디쯤 살고 있는지를 확인 해야만 겨우 안심이 되는
작은 사람, 꼼꼼한 사람, 피곤한 사람
‘옐롤루데이’였다. 내가 이름을 붙인
어느 교정, 어느 새벽, 어느 계단, 어느 참새가 날던 시간은.
‘코코아시’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 코코아를 마신 시간을 뜻한다
‘비디오립스’라고 한다.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키스를 한 날, 시간은.
어이없게도 비디오방에서 영화를 보다가 그렇게 되어서 그렇다.
그게 몇 년 전인지, 2천 몇 년인지, 몇 살 때인지, 어디인지, 낮인지 밤인지
를 다시 되묻는 것은
‘Three o’clock’ 이라고 대답한 사람에게서 기어코
‘세 시’ 라는 대답을 들어내고야 말겠다는 심보와 같다
너의 시간을 나의 시간 속에 두겠다, 그렇게 보겠다
는 것이다
알면서도
알면서도
알면서도
옐롤루데이와 코코아시와 비디오립스는
몇 년 몇 월 몇 일, 몇 년 몇 월 몇 일, 몇 년 몇 월 몇 일이 되고는 한다
나는 왜 몸살이 걸린 걸까
시간에 이름을 매길 수 있다면,
나는 지난 주 화요일에 몸살이 들어 아팠다고
다음주쯤에 웃으며 말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느 턱이 삐죽 나온 구름이 서울역 시계탑을 지날 때
몸살이 났다
고 말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게 언젠지 너는 모르겠지
그러나 7월 18일
너는 무엇 하나 알지 못할 테다
시간만을 볼 뿐, 나를 보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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