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22세의 여성과 얘기를 나누었다

22세의 여성과 잠시나마 얘기를 나눈 것은

아마도 몇 년 만일 것이다

 

다분히 포괄적인 사람 들 속에 있는듯한 느낌 속에서

사실 아주 좁은 범위의 사람들만을 만나게 된다

 

나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말을 나누긴 하였으나

생각보다 말이 어렵지 않음에 놀랐다

 

얘기 중, 22세의 감성을 떠올려 얘기를 이어나가려 했던 나는

캄캄하게

아무런 22세의 감성도 떠오르지 않음에 놀라

말을 끊고 황망히 자리를 떠났다

 

어떤 치부를 들킬 것만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 치부란

풀어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당신은 22살에 어떤 사람이었어?"

"어...어...어... 이상해... 난 22살이 없었던 것 같아"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 따져보니

22살에 나는 군대에 있었다

그러므로

 

1세에서 29세까지 이르는 동안의 감성 중

덜컥

내가 가본 적 없는 본 적 없는 크레바스가 있는 것이다

 

히말라야 산 100m 고지에서부터 10000m 고지까지 내 발로

걸어 올라왔고

내 발로 걸어온 그 자국과 흔적이 내가 살아온 내 길이라고 여겼던 것은

착각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아주 캄캄한 크레바스 계곡 하나를

밟지 않고 훌쩍 건너뛰었고

그러므로 그곳은 내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이상한 감각이다

기억상실이랄까

그런 걸 걸린 나를 보는 기분이다

 

22살, 이라고 발음해보면

풋풋하고 향기롭고 힘차고 여리면서 그런 느낌일 것 같은데

내 22살, 이라고 발음해보면

아무런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때 나는 군대에 있었고

군대 안에서야 군대 속 내가 나였지만

그곳을 기어나오고 나니 그 속의 내가 어떤 것이었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한 점에서 한 점까지 이동하는 중에

내가 모르는 차원의 계곡에 빠졌다가 돌아온 것과 같이

한 점에서 한 점까지의

하나의 선으로서 나를 보는 나는

여태까지 중간에 빈 공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어붙인 20살의 끝과 24살의 앞대가리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선

"살았겠지 나도 22살 시절을..." 이라고 여겨왔던 것이다

중간의 실을 잘라내고 나머지의 끝과 끝을 이어붙인 그런 끈

팔을 잘라낸 환자가 여전히 자신의 팔이 있다고 여기는 그런 감각

기억의 일부를 잃어버린 환자가 너무나 당연히 생각날 줄 알았던

자신의 가족을 막상 떠올리려하자 떠오르지 않는 기막힘

 

나는 무엇을 잃어버렸는데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살지 않았기 때문에 22살을

 

 

 

22살에는 주로 22살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

그러므로 내 기억을 다 뒤집어봐도

22살과 얘기해본 기억이 거의 거의 거의 없는 것이다

 

 

 

 

 

 

 

 

 

 

 

 

 

 

 

 

 

'so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돈 키호테의 인사법  (0) 2006.08.02
7시간의 바다  (0) 2006.08.01
이것저것  (0) 2006.07.28
회의 후 느낀 것들-  (0) 2006.07.28
내게 윙크를 -  (0) 2006.07.2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