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wit] 상식사전, 롤프 브레드니히, 보누스, 2005

 

 

 

 

 

 

 

<여자와 식사를 할 때 생길 수 있는 비극>

 

남자 피자 좀 시킬까 하는데, 당신도 먹을래?

여자 싫어.

남자 그래, 알았어.

여자 아니, 나도 그냥 먹을까?

남자 ?

여자 , 잘 모르겠네.

남자 피자를 먹고 싶은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이야?

여자 몰라.

남자 배는 고파?

여자 글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남자 그런 것 같다니?

여자 배가 고픈 건지, 아닌지 확실히 잘 모르겠다고.

남자 배가 고픈 거는 자연스럽게 아는 거 아냐?

여자 배가 고파지려면 어쩌면 조금 더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거지.

남자 그럼 당신이 먹을 거까지 주문할게.

여자 그러다가 나중에 먹기 싫으면 어떡해?

남자 그럼 안 먹으면 되잖아.

여자 돈이 아깝잖아.

남자 그럼 보관해뒀다가 내일 먹으면 되잖아.

여자 그러다 내일도 먹기 싫으면 어떡해?

남자 피자를 먹기 싫을 때도 있다고?

여자 난 그래.

남자 그럼 다른 거 먹고 싶은 거 있어?

여자 다른 것도 특별히 먹고 싶은 게 없어.

남자 그럼 그냥 피자 먹어!

여자 싫어.

남자 그럼 아무 것도 먹지 않을 거지?

여자 아니, 먹어야지.

남자 , 정말 미치겠네!

여자 그럼 일단 당신 먹을 것부터 주문하면 되잖아.

남자 알았어.

여자 토핑에 베이컨 좀 넣어달라고 해.

남자 나 베이컨 싫어하는 거 모르나?

여자 내가 좋아하잖아.

남자 지금 나 먹을 거 주문하는 거잖아!

여자 그거야 알지.

남자 그런데 왜 먹고 싶지도 않은 베이컨이 든 피자를 시켜야 하냐고.

여자 피자가 배달됐는데, 그때 마침 배가 고파지면.

남자 그러면?

여자 그럼 나보고 입맛에도 맞지 않은 피자를 먹으라는 소리야?

남자 어째서 여기서 당신 입맛 얘기가 나와야 하지?

여자 그러면 왜 안 되는데?

남자 잠깐, 그러니까 지금 내가 먹을 피자를 주문하는 건데, 당신이 배가 고파질지도

 모르는 경우에 대비해서 당신이 먹을지도 모르는 피자를 주문해야 한다, 이 말이지?

여자 그렇지!

남자 그럼 어쩌란 말야?

여자 그런데 어쩌면 나중이 돼도 배가 고파지지 않을 수도 있고.

 

푸랑크푸르트 지방법원은 남자가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폭행치사를 한 혐의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미스터 페라리>

 

한 처녀가 엄마에게 두 달 전부터 월경을 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불안해진 엄마는 당장 약국으로 달려가 임신진단 시약을 사왔다 검사 결과 임신이 맞았다. 엄마는 미친 듯이 날뛰며 딸에게 욕설을 퍼붓고 고함을 질러댔다.

어떤 놈이 너한테 이런 짓을 한 거야! 당장 사실대로 말 못해?

딸은 수화기를 들더니 전화를 걸었다. 그로부터 30분 뒤, 페라리 한 대가 그녀의 집 앞에 멈춰 섰다. 최고급 양복을 입은 고상한 중년남자가 은빛 머리칼을 휘날리며 차에서 내려 집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처녀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처녀와 함께 거실에 앉았다.

  안녕하십니까? 따님이 문제가 생겼다고 말하더군요. 저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고, 또 가족 문제도 있고 해서 댁의 따님과는 결혼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밖의 문제는 어떤 것이든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만일 태어날 아이가 여자아이라면 점포 세 개와 집 두 채 그리고 해변의 빌라를 유산으로 물려주고, 아이 앞으로 은행구좌를 개설해서 100만 달러를 예치해 두겠습니다. 만일 사내아이라면 공장 두 개를 물려주고 100만 달러를 넣은 은행구좌를 개설해 주겠습니다. 만일 쌍둥이라면 각각 공장 한 개와 함께 50만 달러씩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따님이 혹시 유산을 할 경우에는…”

신사의 얘기를 묵묵히 듣고 있던 아버지가 순간 신사의 어깨에 지긋이 손을 얹더니 말했다.

만일 그렇게 되면 내 아이와 다시 한번 잠을 자시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한 회사의 경영자가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이 연주곡 목록에 포함된 한 오케스트라의 공연 티켓을 가지고 있었다. 일이 생겨 연주회를 갈 수 없게 된 그는 회사의 경영합리화를 담당하는 전문가에게 표를 주었다.

다음날 아침 경영자는 경영합리화 전문가에게 연주회가 어땠는지 물었따. 경영합리화 전문가는 구두로 보고하는 대신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힌 메모를 사장에게 건네주었다.

 

품질개선과 경영합리화를 담당하는 부서의 직원으로서 저는 어제 감상한 연주회에 대해 다음 같은 사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          오보에 연주자들은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보에 연주자의 수는 감축되어야 하며, 오보에 연주 부분을 작품 전체로 확대시켜 그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을 없애야 할 것입니다.

2.          12명의 제1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동일한 악보를 연주했습니다. 그것은 불필요하게 인원만 늘여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제1 바이올린 연주자의 수는 과감하게 축소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굳이 커다란 음량이 보장되어야만 한다면, 음향 증폭기를 사용하면 문제를 아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3.          오케스트라는 16분 음표의 반음을 연주하는 데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세련미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는 부분으로 보입니다. 모든 음표를 인접한 16분 음표와 통합시켜서 연주할 것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면 아주 뛰어난 전문 연주자 대신 웬만큼 연주할 줄 아는 다른 사람들을 고용하여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듯합니다.

4.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이미 연주한 부분을 호른 연주자들이 반복해서 연주한다면 의미 있는 효율성이 달성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반복되는 경과구를 모두 삭제하면 연주회를 2시간에서 20분으로 축소시킬 것으로 사료됩니다.

5.          만일 슈베르트 씨가 앞서 제가 지적한 사항을 고려했다면 교향곡을 완성할 수도 있었으리라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아버지와 아들>

 

어느날 오후 예수가 천국의 문 앞으로 베드로를 만나러 갔다.

반갑습니다, 예수님.

베드로가 예수를 반기며 말했다.

제가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하겠는데, 천국의 문을 좀 지켜주시겠습니까?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예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베드로는 어디론가 황급히 사라졌다.

곧이어 한 늙은 남자가 천국의 문 앞으로 오더니,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했다.

안으로 들어가고 싶단 말이지요?

예수가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우선 당신이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해보십시오.

노인은 위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죽었는지는 더 이상 기억이 나지 않소. 하지만 내 이름이 요셉이고, 목수였으며, 전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해진 아들이 하나 있다는 것은 압니다.

예수가 그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아버지세요?

노인이 되물었다.

피노키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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