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 빈
내가 6살 때
어느 날 우리 집에 수박만한 우주선을 타고 기린 빈이 찾아왔다
나무로 된 우주선을 타고 온 기린에게 작은 침대를 선물하자
기린 빈은 내 책상 속에서 살게 되었다
아주 오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그러던 어느 날 거울 속 내 모습을 보았다
어느새 머리가 하얗게 내려앉은 할머니
내가 죽고 나면 빈은 어쩌지?
기린 빈은 ‘죽음’이란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죽고 나면 어쩔 줄 모를 텐데
빈에게 새로운 친구를 찾아 주기로 했다
울고, 때 써도 나는 빈을 보내야 했다
그것이, 내가 마침내 죽는 이 순간까지
빈이 나를 원망하는 이유이며 저기 저렇게
커다란 우주선을 타고 돌아와서 지구에 폭격을 해대는 이유이다
아마도 지구 자체를 원망하는 지도 모른다
빈은 나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아- 빈, 내 사랑
* 연예인 전혜빈에게 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