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학교

 

 

 

 

 

모기들이 학교에 왔습니다

다름 아닌 추석 명절 날에

공부가 고픈 모기들은 회기동 구석에 있는

경희대로 몰려왔습니다

모기들은 각자 전공에 맞게

건물을 찾아 날아갑니다

국문학과 세미나실에서 홀로 라면을 삼키는

늙수구레 대학생의 다리를 앙- 뭅니다

물리학과 실험실 현미경 들여다보는

여학생의 눈썹 부위를 앙- 뭅니다

문이 잠긴 강의실 문짝에 달라붙어

강사 선생의 아련한 온기를

쭉쭉- 빨아대기도 합니다

공부하러 갑시다! 담배 끄고 일어서는

사회대 젊은이들의 옆구리를

군대 군대 피워대던 나는 문득,

납작하게 피떡이 되어 있거나

빈 속에 터져, 금새 말라 먼지가 된 동료

모기들을 바라봅니다

아! 공부란 무엇일까요?

달빛을 타고 가르침이 내리십니다

저 피를 흠뻑 머금은 달의 복부!

우리의 두툼한 눈물은은 하늘을 향해

여우소리를 내지릅니다

우리들의 밤은 늘 이다지도 짧을까요

아-

마치 예전에도 그랬던 것 마냥

가을이 성큼 지나갑니다

나도 죽어서는

학교로 돌아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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