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는 제 부리를 깬다

 

 

 

                                                박노해

 

 

창공에 솔개 한마리 유유히 원을 그리면

온 마을 짐승들이 숨어들기 바빴지

 

솔개는 40년을 날아 다니다 보면

서슬푸른 발톱과 부리에 힘이 빠지고

깃털은 두꺼워져 날기조차 힘이 든다지

 

몸이 무거워진 솔개는 험한 산정으로 올라가

절벽 끝 바위를 쪼아 낡아진 부리를 깨고

밤마다 굶주린 창자로 홀로 울부짖는다지

새 부리가 돋아나면 그 무리로 발톱을 뽑아내고

두꺼워진 깃털마저 다 뽑아낸다지

 

그렇게 반년의 처절한 환골탈태 수행을 거치면

솔개는 다시 힘찬 날갯짓으로 창공을 떠올라

새로운 30년을 더 서슬푸르게 살아간다지

 

모두가 잠든 한밤중

타악- 타악-

절벽끝에 제 부리를 깨는

솔개의 소리없는 새벽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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