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남아
오늘 울었다
극장에서 영화 보다가 울고,
집에 가다 지하철에서 내려 벽 보고 울었다
이런, 집안에 아궁이가 생겼나
누룽지를 끓이듯이 눈물이 났다
어머니는 추하게 돌아가셨다
내가 기타를 칠 줄 알았다면
기타를 쳤겠지만
기타가 이토록 치고 싶어질 줄 알았더라도
기타를 배우진 않았을 걸
사당역 앞에서
갑자기 박정대시인*에게 욕을 하고 싶어졌다
여고 교사에, 인기 있는 시인에, 그의 시속에선 늘 기타가 울린다
씹새끼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서 우는 내 얼굴을 찍었다
좀 더 잘생겼더라면 좋았을 걸
뚱뚱했던 내 어머니
체중이 줄자 코끼리 귀처럼 축축 접히던 살
MP3를 틀지 않아도 음악이 들린다
내 꿈나라엔 코끼리가 날아다니겠지
맞은편에서 쌔게 걸어와 어깨를 부딪히는 남자
노려보지 마라 눈물이 난다
* 비교적 젊고, 인기도 있고, 자기 색이 있으며, 몇 권의 시집을 꾸준히 내고 있고, 툭하면 시속에 음악을 그리는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