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길에 똥차를 보았다.
한 달에 한 번씩은 똥차를 보는 것 같다.
주택가도 아닌 강남역 부근에서만도 두 차례.
하긴 이 동네만큼 똥이 많이 쌓여있을 듯한 곳도 없지만.
오늘 본 똥차는 지금껏 보던 똥차보다 훨씬 커서 신기했다.
크기가 훨씬 클 뿐만 아니라 아주 새것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똥차를 여러 번 봤지만
그 똥차가 어느 회사 차인지를 기억하지 못했다.
냄새 때문에 무의식 적으로 피한 건지
혹은 회사 로고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던 건지
가만해 생각해봐도 지금까지 본 똥차가 어느 회사의 차였는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본 보통 똥차보다 1.5배 정도 큰 이것은
현대자동차였다.
차가 큰 대다가 워낙 새것이다 보니 로고도 큼지막하고 잘 보였다.
똥을 채울 수 있는 용량이 22,000리터나 되었다.
한 사람이 한 번에 0.5리터(500cc 맥주잔에 가득 찰 정도) 정도의 똥을 눈다고 치면
무려 4만 4천 명이 똥을 싸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많은 양의 똥을 누지 않으므로
5만 명에서 6만 명 정도의 똥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새삼 운전하는 아저씨가 대단해 보였다.
이야~ 저 사람은 무려 6만 명 분의 배설물을 치울 수 있는 사람이잖아?
반면 나는 6만 명을 대상으로 뭘 할 수 있을까?
다니엘 헤니 정도 되는 사람은 6만 명을 사랑에 빠지게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고
박찬욱 감독 정도 되는 사람은 6만 명의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감독의 꿈을 갖게 할 지도 모르고
제시카 알바 정도 되는 사람은 6만 명의 남자들로 하여금 자위를 하도록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도통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듯 하여
6만 명 정도 되는 사람의 이름을 공책에 하나씩 적어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전화번호부를 들고 6만 명의 이름을 하나 하나 손으로 옮겨 적는 것이다.
흐음~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이거 오늘 똥차 한 번 제대로 만난 셈인걸…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다.
똥차를 만드는 회사는
똥차에 자신의 회사 로고가 박히는 것이 이로울까 해로울까?
오늘 본 초대형 22,000리터짜리 똥차는
현대자동차였는데
그것이 별로 현대자동차 브랜드 이미지에 나쁘게 느껴지진 않은 것 같다. 나에게.
그러나 오늘의 똥차는 새것이었고
냄새도 나지 않았으니 그런데,
여기저기 똥 자국이 붙어있고
바닥에도 좀 똥을 줄줄 흘려놓은 베테랑 똥차에 현대차 로고가 붙어있었다면
그 로고에도 똥으로 의심되는 얼룩이 있고 그랬다면
어쩔까 잘 모르겠다.
현대차? 똥차 만드는 회사? 라는 삐딱한 지적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이미 현대자동차 브랜드의 위상은 굳건한 것도 같지만
흐음…
사실 난 똥차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현대자동차가 더 좋아졌다.
심지어는 똥차 모양을 본뜬 컨셉츄얼 카가 나온다면
그것을 사서 타고 다니고 싶을 정도다.
캠핑카 개념인데 모양은 똥차인…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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