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을 찍은 이후로

명동,을 떠올리면 항상 이 아가씨가 떠오른다.

 

소름 돋도록 차가운 눈발이 파편처럼 피부에 쏘아 박히는 날씨에

저 커다란 아가씨는 여전히 훈훈하다.

 

하지만 많이 낡았고, 많이 잊혀졌다.

 

고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

내가 별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별에서 바라보는 대상이 비록 무표정하고 먼지가 묻었고

말 한 마디 나눌 수 없는 것이라 해도, 이런 아가씨라면 살아갈 만 하다.

 

백화점에 걸려있는 아가씨가 아니라서 마음에 든다.

무슨 건물, 이라고 이름 붙여 부르기 애매한

명동 오래된 어느 건물 모퉁이에서 웃고 있어서 좋다.

 

(들리는가)지구, 는 얼마에 팔려나갈 별인지를 가끔 생각한다.

쇼핑가에서는 돈으로 환산되는 가치가 아름다움이다.

 

대부분의 별에서는 눈이 내리지 않을 것이다.

눈이 내릴 수 없는 별에서는 눈을 맞고 반응할만한 생명도 없을 것이다.

 

나는 눈이 내리는 별에 살지만, 눈을 피해 숨어 사는 생명이다.

그것은 차갑고, 귀찮고, 세탁물을 양산해낸다. 귀찮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으면 저 아가씨가, 괜찮다, 하고 말하는 것 같다.

곧 무너질 것 같은 건물에 간판과 페인트칠만 덕지 덕지 붙인 골목길 사이로

사람들이 꾸역꾸역 돌아다닌다.

 

괜찮다. 견딜만하다는 미소다.

온몸이 찢어질 때까지 저곳에 매달려 있어도. 아…!

내가 이런 느낌을 또 어디서 받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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