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은 미덕일까?
그렇다, 고 생각한다.
대체로 자신을 낮추어 말하고, 자신을 낮추어 행동하는 건
은은한 멋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경우는 예외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겸손을 바라지 않고 적극적인 성향을 필요로 할 때조차
끝없이 겸손해 하며 부인하는 것.
대체로 한국에서 살다 보면(물론 다른 나라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하는 소리다)
겸손을 엉뚱한 방향으로 개발해나가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이를 테면,
000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라고 물었을 때
“아유~ 전 못해요.” “제가 어떻게…” “저 정말 자신 없거든요…”
라고 대답하는 경우다.
바른 겸손은 이렇게 되어야겠지.
“제가 실력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 해볼게요”
한국의 뛰어난 정보전달 시스템은
대부분의 눈높이를 상당 수준에 올려 놓았다.
이를 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광고를 만들지는 못할지라도
평가하는 데는 나름 고수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부작용인지,
자신에게 어떤 역할과 책임이 돌아올 때
자신이 해내야 하는 것의 수준 또한 아주 높게 책정해놓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를 테면,
강의 중, 000군이 다음 시간 발표준비를 해주시겠습니까? 라는 교수의 요청에
“아유~ 전 못해요.” “제가 어떻게…” “저 정말 자신 없거든요…”
라고 대답하는 것은,
교수가 요청하는 것이 ‘아주 수준 높은 것’으로 지레 짐작하는 것은 아닐까?
혹은, 이미 나는 수준 높은 실력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이번 기회로 들통 날까봐 두려워서 그러는 것일까?
그렇다면,
“저는 그러한 것을 할 실력이 못되고, 그렇다는 것이 알려질까봐 두렵습니다”
라고 대답할 수는 없을까?
“아유~ 전 못해요.” “제가 어떻게…” “저 정말 자신 없거든요…”
라는 대답의 다양한 해석 중, 최악의 해석은 이렇다.
- 귀찮고 하기 싫고 의욕 없는 것을 가급적 돌려 말하는 표현
귀찮다면
“귀찮습니다” 라고
하기 싫다면
“하기 싫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그렇게 곧이 곧대로 말하는 것이 한국에서는(다른 나라에서는 안 해봐서 모른다)
불리한 상황이나 자신에게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것이 바람직하다는 건 맞는 것 같다.
하기 싫고 귀찮은데 그것이 자신에게 피해가 될까봐 아유~ 전 못해요, 제가 어떻게…
라고 돌려 말하는 버릇이 든다면,
그건 계속해서 그런 주의(방식)의 사회를 재생산하는데 자신이 기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본래 ‘겸손’이 지닌 미덕의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기도 하다.
겸손이란 자신을 낮추어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마음 씀씀이일 것이다.
아유~ 전 못해요, 제가 어떻게… 라는 대답을 들은 상대방은
자신이 존중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까?
겸손해라-는 말을 듣는다.
이건 그럴 듯한 말이며 존중할 만한 가치관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겸손함을 보여주는 방식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학교, 회의, 술자리, 카페, 친구들, 사이에서
겸손하라- 는 곧 “잘난 척 하지 마라” “튀지 마라”처럼 받아들여진다.
그게 그거였던가?
과연?
겸손하라- 는 말은
돈 많이 벌어라 – 와 닮았다.
진정 그렇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라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접어두게 되는…
이렇게 하면 겸손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언을 구한다.
'so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과 공간에 대한, 내 식의 이야기 (0) | 2007.02.04 |
---|---|
나는 별들도 빛을 내기 위해선 알이 배길 거라고 생각했다. (0) | 2007.02.02 |
타인의 도움 요청에 대처하는 자세 (0) | 2007.01.31 |
스파 캐슬의 광고이다 (0) | 2007.01.23 |
점심 그리고 정치 (0) | 2007.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