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 먹으면서 대통령 선거 얘기를 했다.

이젠 정말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런 얘기를 했다.

 

나이 서른 정도면, 정치에 대해서도

의견을 갖고 싶다는 생각과, 또 당연히 의견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의견을 가지려고 하자, 짜증나고 피곤할 것 같다고

그냥 무신경하게 이대로 살아갈 것 같다고,

그런 얘기를 했다.

 

그래도 예전 젊은 남자들은, 정치/사회에 대한 분노나 울분 같은 게 있어서

큰 목소리를 내곤 했는데(행동 없이 목소리만 냈겠지만)

요즘 젊은 남자들은 아예 무관심 한 것 같다는 얘기를 하며

왜 그렇지?

하고 차장님이 물었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런가?

다른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하고 차장님이 물었다.

 

그렇기도 하지만, 아예 정치에 대해 기대 자체를 안 하는 것 같다고,

나는 대답했다.

 

어차피 기대해도, 달라지진 않을 테니까

기대 조차 안 하고 무관심해진다고

얘기했다.

 

어쩌면 그것도, 나름

최악은 아니기 때문에, 버티고 살아갈만한 정치/사회이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지만.

 

심지어 요즘은,

지금 이대로의 세상이 좋다, 바꾸려 애쓰지 말자는

10대 20대 중심의 young 보수주의가 일군을 이루는 것 같기도 하다.

 

대학 다닐 때, 깜짝 깜짝 놀랐던 건데

이를 테면 20살 여학생이 옛말에 틀린 게 없어요 같은 말,

을 입에 달고 다녔던 것이다.

무슨 대화 중에도 항상 거봐요, 어른 말씀이 다 맞아요 하면서

자신의 세계관(그러나 어떤 것도 자신이 만든 것 없이 그저 받아들였을 뿐인)을

대입시키고는 했다.

 

이를 테면, 얼마나 많은 사라진 옛말들을

상상도 검토도 해보지 않고

다만 지금까지 남아 사용되는 옛말옛말에 틀린 게 없다는 주문을 가지고

현실 속에서 곱게, (어떻게든 존재는 하고)있었던 것이다.

 

옳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옛말들이

얼마든지 짐작 될 텐데 말이다.

암탉이 울면 망한다든지, 여자와 북어는 몇 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든지,

 

대충 우리 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어떤 말들이 옛말로 성행했었을지 추측 할만도 한데

굶어 죽을지언정 손에 흙 묻힐 순 없다는 가장의 말씀이라든가

 

어쩌면, 신(young)보수주의자들은

현재가 너무 좋은 것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예측과 다르게 변해갈 수 있는 미래가 두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뭐 아무튼 나는 여전히 정치 쪽에는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

정치를 떠올리면 어린 시절 집 구석에 굴러다니던

내용은 기억 나지 않으나 그 제목만은 여전히 선명한

인간의 굴레라는 말이 떠오른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