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 캐슬의 광고이다.
주말에 하루 종일 잠만 자는,
우리 남편 바꿔주세요
데이트마다 영화만 보자고 하는,
우리 애인 바꿔주세요
라는 카피를 통해
주말이나 휴일 스파캐슬에 와서 놀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런 광고를 보면,
여전히 어떤 행동의 주도권이 남자에게 있는 세상임을 짐작할 수 있다.
내가 만약 패미니스트였다면, 이 광고를 무척 싫어했을 것이다.
주말에 하루 종일 잠만 자는 남편을 바꿔 달라
가 메시지라면 별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이 카피의 속 뜻은 이렇다.
<스파에 가고 싶은데, 그것도 모르고 잠만 자는 남편을 바꿔달라.>
<스파에 가고 싶은데, 그것도 모르고 영화만 보자고 하는 애인을 바꿔달라.>
다시 말해, 이 광고의 상황은 이렇다.
스파에 가고 싶은 여성이 있다.
그걸 모르는 남편과 애인에게 여성은 불만이 있다.
남편과 애인이 스파에 가고 싶은 여성의 마음을 알아채고, 데려갔으면 좋겠다.
나는 이 상황이, 여전히, 아직까지도,
한국의 여성과 남성들의 관계가 남성 위주로 되어있음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스파에 가고 싶은 여성이 있다.
그 여성은 자신의 남편과 애인을 데리고 스파에 간다.
이게 바람직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여성에게 능동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고자 하는 사람에게 능동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여성이 스파에 가고 싶다는 설정이므로 여성이 능동적으로 행동해야 자연스럽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광고카피의 상황이 보다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광고를 보고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이 현재 남녀관계나 사회적 구조를 일부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이 광고는, 그런 사회의 모습을 나름 잘 잡아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때문에 섭섭하다.
광고를 하는 사람들이, 광고를 통해 본래 목적(상품판매) 외에도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행동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대중들과 접촉지점이 많고 잦은 활동을 하는 사람들(광고 기획/제작자)은
일종의 공익적 의무감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나는 물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더 재미있으니까.
여전히 현재 사회는,
“남편이 휴일에 가족들을 이끌고 놀러 가길 기대하는 아내”의 구조가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것이 일반적이라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지
옳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음… 뭔가 목구멍에 가래 같은 게 뭉쳐서 시원하게 뭐라 말하고 싶은데
아직 뭘 말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내내
이 광고의 상황이 거슬렸다. (광고는 물론 훌륭하다)
10년이 지난 뒤에도
이런 식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광고 또한 아무런 의문 없이, 익숙한 게 좋아 – 라는 식으로
이런 관계를 계속 반복해간다면
뭐랄까 좀… 짜증 나는데
PS.
읽은 이병률 시집을 정리하다가
내가 이 글에서 뭘 말하고자 했는지가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한 구절을 발견했다.
'당신도 목숨 걸고 자본주의의 풍경이 되는 일을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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