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광고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특히 나처럼 이제 막 회사 생활을 시작한 젊은이의 입장에서 보면

다분히 천편 일률적이라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크리에이티브 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명확할 정도로 방향이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이를 테면, negative한 광고에 대해서는

광고주, 광고회사, 소비자까지, 모두 다 많이 꺼린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그 광고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문제는, 이들의 이런 확신이 그리 틀려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근영이라는 귀여운 이미지의 모델을

섹시한 컨셉으로 광고한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데이터화 되어 있는 광고회사에서

더 심하게 자극적이거나 더 심하게 negative한 광고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고, 그런 광고회사 사람들의 합리적인 생각들로 인해

나는 답답하다.

 

그러나, 내가 광고를 책임지는 입장이라도

이들의 입장일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광고제작자들이라기 보다, 이토록 천편일률적인

소비자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자신에게 꿈이나 환상, 행복감을 주는 광고를 수용하고자 한다.

 

대체 왜, 자신을 우울하게 만드는

단 한 번 시청한 것만으로 하루 종일 기분이 침침하게 가라앉고 꺼림칙해지는

그런 광고를 좋아하지 않는 걸까?

적어도 100명 중 10명이라도...

 

어떤 변태적인 광고가 있다 치면,

대체 왜, 이 광고를 좋아하고 이 광고의 제품을 소비하는 것만으로

약간의 변태 취급을 받을 수 있는 기쁨을 즐기는 사람이 드문 것일까?

(정말 드문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간다, 다만 드러낼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변태가 아닌 사람은 보통 죽을 때까지 변태의 기분을 느끼거나

변태 취급을 당할 일이 없지 않나?

그렇다면, 광고와 상품이 그런 경험을 해준다는데 왜

그것을 즐길만한 소비자가 없어 보일까?

 

이를테면

구질구질한 삶을 탈출하기 위해 꼴보기 싫은 남편의 이름으로

거액의 보험을 들어놓고 남편의 사망을 기대하는 아내를 보여주는

보험광고를 미장센 중심으로 촬영할 수는 없을까?

(물론 심의에 걸릴 것이 분명하다)

 

가끔씩 언론에 등장하는 보험사기단, 보험범죄자들은

어떤 보험을 이용할까?

그야 물론 보상을 가장 많이~, 잘~, 쉽게~, 친절하게 해주는 보험을 이용할 것이다.

 

유머광고로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극도의 reality를 살려서

소비자들에게 보여준다면?

물론 소비자들은 싫어할 것이다.

 

왜지?

 

기본적으로 자신의 주위를 좋은 것들로 채워놓음으로써

자신의 삶은 좋은 것들로 이루어져있다고 착각하고 싶은 본능(?)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위의 광고가 터무니 없는 것이라면

아무리 진지하게 표현한들 무슨 영향을 끼칠 것이 있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로 치부하고 말면 될 것 아닌가.

 

만약 위의 광고가 껄그럽게 여겨진다면

그건 어느 정도 자신의 현실과 겹쳐지는 모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 또한 통쾌하지 않은가?

나 같으면,

"여보! 남편 죽기 바라면서 아내가 보험드는 저 광고 알지? 그거 보고 자기 보험 들었어!"

라고 즐기겠는데...

 

보험 사기단이 애용하는 보험! 왜일까요?

 

남편을 못믿겠다면, 남편 몰래 이 보험을 들어두세요

 

이 얼마나, 솔직하며 심플한지... 굳,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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