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책 다섯 권을 주문했다.
그동안 이용하던 교보문고에 비해 가격도 싸고 배송비도 없어서 그랬다.
사실, 그동안 직접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고 구입하는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인터넷 구매를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벌써 4번이나 (각기 다른)원하는 책이 제고가 없었다.
그래도 한 나라를 대표하는 서점인데
아예 절판된 책도 아닌 책이 없어서 따로 주문해야 한다니
그렇다면 뭐하러 교보문고를 오느냐는 생각이 든 것이다.
즉, 몇 년 연속 1위인지는 모르겠지만
고객만족도가 꽤 높다고 하는 이 서점에서 총 4회의 실망을 겪고서
인터넷으로 전향했다.
회사에서 6분 27초 거리에 교보문고가 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책을 살 필요를 느끼지 못했었다.
이전 회사에서는 자료실과 자료실 관리자가 있었는데
필요한 책을 그 이유와 함께 신청하면 다 사줘서
아예 책을 살 필요가 없었다.
이를테면 그때, <우주의 구조>를 사달라고 하면서
우주 질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토대를 모색해보기 위해
라는 이유를 달았더니 사줬고
노벨 문학상 수상작을 사달라고 하면서
현 세계 문학 트렌드를 통해 현재와 미래 전반의 동향을 탐지하기 위해
라고 했더니 사줬고 그런 식이다.
책 구입 예상은 넉넉한 편이었고,
전체 사원 200여명 중에 책을 신청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인턴인 내가 사달라고 하는 것들도 다 사주었다.
또 그 이전에는
경희대학 도서관 보조사서로 일했으니
그땐 하루에 3권 정도의 책을 읽은 날도 제법 되었으니 꽤 즐거웠다.
그때도 물론 원하는 책을 신청하면 구입해주었고
학생들이 보기도 전에 미리 예약을 해놓을 수도 있었다.
책을 구입하면 먼저 등록과정을 거쳐야하는데
그 등록하는 부서에 매일 내려가서
오늘은 어떤 책이 들어왔나 확인하고
이 책은 언제 등록 되요? 하고 물어보고
등록되는 날에 맞춰 책을 싹 빌려오면 되는 것이었다.
그 전에는 동대문 도서관을 이용했다.
동대문 도서관 앞에는 공원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노숙자 아저씨들도 자주 모이고
또 게이트폴 시합을 하는 노인네들도 많이 온다.
백수일 때 주로 이용했는데
백수들이 매일 가득 몰려와서 무슨 공부를 하는지
공부들을 하는 가운데
유유히 소설책이나 읽고 그러면 기분이 썩 좋았다.
그러고보면 꾸준히 책은 읽어 왔던 것 같은데
그래서 무슨 책을 읽었는데? 하고 물어보면
딱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연애는 참 좋은 것 같다.
내가 누구와 사귀었었는지를 떠올릴 수 있으니까.
심지어, 내가 누구와 못사귀었는지까지도
젠장
아무튼 책들과 나의 관계는 엔조이, 인 것 같고
이제는 그 엔조이,가
인터넷을 통해 시작되는 지경에 와있는 것 같다.
이건 이를 테면 원조교제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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