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짬을 내어 은행에 다녀왔다.
지갑에 돈이 바닥나려 해서 돈을 찾으러 간 것이다.
5만원을 찾아서 지갑에 넣어두었다.
지갑에는 1만원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지갑 속에 든 돈이 6만원이 되었다.
야근을 자주 하다보니, 밤에 택시 탈 일이 많다.
그래서 지갑에 만원 이상의 현찰은 가급적 넣어두고 있다.
그러다가 오늘 문득 알게 된 것은,
지갑 가장 안쪽에 넣어둔 돈 1만원은 벌써 몇 주 째
내 지갑안에서 빠져나가는 일 없이 그대로 있다는 것이다.
돈을 찾아서 지갑에 넣어둔 뒤에
점심 값이며 택시비로 지갑 바깥쪽에 있는 지폐부터 빼서 쓰게 된다.
(가장 바깥은 천원짜리, 중간은 오천원짜리 가장 안쪽은 만원짜리로 자리를 구분해두고 있다.)
그러다가 돈이 만 얼마가 남으면 다시 돈을 찾아 바깥쪽에 채워둔다.
또 돈이 만원이 남게 되면 다시 돈을 찾아 바깥쪽에 채워둔다.
이러다보니, 가장 안 쪽의 만원 짜리 한 장은
벌써 1달이나 내 지갑 속에 고스란히 있는 것이다.
이건 어쩐지 감동적이다.
가장 바닥에 남은 돈까지 박박 긁어서 쓸 일이 없다는 것이지 않은가.
어쩌면 세상의 누군가는, 가장 바닥의 마지막 동전 몇 개까지 바닥나도록
궁핍하게 돈을 써본 적이 태어나서 한 번도 없을 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김승현 회장의 아들이나 손자 같은 경우가 그럴 것이다.
그런 이들은 지갑이 얕다거나 지갑이 깊다는 느낌을 가져본 일도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어쨌거나 지갑의 가장 마지막 지폐 하나가 떨어지는 법 없이
살고 있다는 것에 있어서는
한화그룹위 귀하신 자제분과 같다.
푸하하
이 정도면 제법 성공했는걸, 나도?
집에 가면서 아이스크림이나 사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