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찜닭집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보는 바와 같이 닭이 요리된 닭을 들고 있는 모형이다.
이런 악취미는 버젓이 외국인이 많이 찾는 명동에서 벌어진다.
굳이 외국인에게 창피해서라기 보다는,
이런 모형을 무덤덤하게 만들어 진열해 놓는 주인이나,
무덤덤하게 지나쳐 닭을 먹어대는 인간들이나,
심지어 모형 앞에서 사진까지 찍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이상함을 느껴야 할 것에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창피함에 민망스러워진다.
마침, 닭의 모형이 이리도 듬직하니
차라리 이건 독수리 모형이다, 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닭은 닭을 요리하지 않는다.
이건 돼지가 돼지를 요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고,
사람이 사람을 요리하지 않는 것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인간의 머릿속에서는
개도 개를 요리하고
사슴도 사슴을 요리하는가 보다.
상상력은 권력을 쟁취한다는데, 이것 또한 상상력의 일종이라면
권력을 쥔 인간들이 하나같이
비상식적인 생각과 실천을 전혀 당사자들의 상황이나 의견과 관계 없이
진행시켜나가는 것도 이해가 된다.
마음에 안 드는 정치나 사회 움직임에 어쩔 수 없이
맞춰 나가야 한다고 느낀다면,
그때 우리는 닭이 되어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잘은 모르지만 나라 전체가 닭이 되는 꼴도 몇 번인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를 테면 미국이 시켜서 배트남 사람 죽이러 떠나는 한국군 같은 건,
닭더러 닭을 요리하게 만드는 인간의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례의 표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돼지가 빙그레 웃고 있는 돼지고기 집도 종종 눈에 띄는데
‘웃으면 좋다’라는 가치관을 생각 없이 맹신하는 결과인 건지
“당신이 맛있게만 먹어주면 이 도축된 돼지들도 기뻐할 거예요, 이렇게”를
표현한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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