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친구, 라는 말이 주는 감성이 있다.
친구, 라는 말을 어떤 감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이 사람은?
그에 따라 그의 삶이 어떤 삶이었는지가 해석될 수 있을 것도 같다.
김민기,의 친구라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아름답고 감동적이지만, 내가 부를 노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이미, 내 삶은 나의 몸과 마음을
김민기,의 친구라는 노래를 부르기에는 적절치 못한 상태로 만들어버린 것 같다.
그래, 오히려 델리스파이스처럼은 부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김민기,의 친구라는 노래에서 느껴지는 친구,에서는
캐비닛을 쓴 소설가 김언수의 그 친구처럼, 너는 나 대신 좋은 글을 써달라며
몇 년이나 매달 30만원 가량의 돈을 내어줄 수 있는 친구나
김민기가 대학로에 극장을 운영하려 할 때
자기 집을 담보로 3천 만원을 빌려, 김민기에게 내어주었던 그런 친구,
가 느껴진다.
그러니까 친구, 라는 노래를 만든 김민기는
친구, 라는 말을 들을 때
앞에서 말한 그런 친구처럼 묵직, 하고 (내가 느끼기에는 짜증날 정도로) 끈끈한
무엇을 느낄 거라고 예상한다.
박노자가 말했듯이, 낯선 외국인에게
우리 친구가 되지 않을래? 나는 너에게 한국말을 가르쳐 주고 너는 나에게 영어를 가르쳐 줄 수 있을 거야. 라고 말하는, 친구도 거래의 한 방편인 오늘날 청춘들의 몸에서는
김민기의 친구, 같은 노래가 발현될 수는 없을 것이다.
친구, 라는 건 대체 뭘까? 하고 생각하려고 하면
그에 대해 딱히 뭐라 말 할 수 없는 건 그렇다 치고
그에 대해 딱히 뭐라고 생각하려 해본 지 조차 무척 오래 되어 낯설다고 느끼는 감각이
더 정확히
친구, 라는 건 대체 뭐라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해주는 것 같다.
그다지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는 편한 존재, 가 아닐까?
내가 헛되이 살지 않았구나, 하는 착각을 가끔씩 확인시켜주는 역할자라고 볼 수도 있고…
아무튼 분명한 건, 오늘날에는
이 친구를 위해 존재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나를 위해 이런 친구가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밝고 자기 중심적이며 긍정적인 사고가
친구와 친구 사이에 지배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그런 이유로 우리 사회의 밤거리는 늘
친구를 만나 밝고 환하고 긍정적으로 떠들썩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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