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Play-예술가가 되는 법, 이상은, M&K, 2007
사람들을 의식해서 조용하고 보수적인 옷차림을 하는 것은 좀 답답하지 않나요? 모든 사람이 같은 분위기의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 인생 한번뿐인데 남과 똑같이 옷을 입고 똑같이 생각해야 한다면 정말 지루하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국의 사치 갤러리(발음 그대로 대단히 사치스러운, 지금 유럽에서 가장 비싼 작가의 작업을 전시하는 곳, sacchi gallery)에서는 말이나 소, 상어의 박제를 포름 알데이드로 채운 아크릴 상자 속에 넣어 몸체의 반을 자르는 다소 황당한 작업을 하는 데미안 허스트라는 작가가 가장 촉망 받는 작가입니다. 또한 틴 에이져 시절부터 자기와 잠을 잔 남자들의 이름과 추억담을 페치워크와 자수로 텐트에 새겨 넣으며 마음의 상처를 예술화하는 트레이시 에민이라는 여성 작가가 영국의 대표 아티스트이고, 무라카미 다카시라는 일본의 젊은 예술가는 아니메를 소재로 한 조각으로 요즘 작품당 6억의 가격을 받는 뜨는 아티스트죠.
현대 미술의 동향에 관심 있는 분들은 tate modern이나 MOMA(museum of modern art)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들어가 보시면 좋겠지요.
“너희가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제 멋대로 해석해서 동화적인 것들을 좀 집착적으로 좋아하는 저는 츠모리의 그런 어린아이 같은, 순수하고도 약간 기이해 보이는 옷들을 아주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좀 비싼 옷을 울며 겨자먹기로 구입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약아져서 ‘값싸면서도비싼 브랜드들이 가진 특성을 가진 옷’을 구입하게 되더군요. 이건 뉴욕에서 공부한 스타일리스트 이세원씨(제 친구이자 스타일리스트입니다)가 가져오시는 옷을 흉내낸 옷이죠. 그녀 말에 따르면, 그리고 다년간 쌓인 경험치로 보자면, 옷이란 디자인이 개성적이고 대담해야 하고, 또 그 안에서 나만의 영역이(저의 경우 ‘음악’)이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상은: ‘자신의 화두와 시대의 화두가 맞았다’는 말이 감동적이다. Eco, recycle, reform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진선: 나이때문인지, 제가 수년간 몸담고 일했던 fast fashion의 영향때문인지, 속도감에 질려있었던 것 같아요. 왜 우리 모두가 그렇게 빨리빨리 가야하는 건지, 대체 어디로 가는지는 알고들 가는 건지, 나는 그 대열에서 빠지고 싶었어요. 선천적으로 저는 피의 속도가 느린 사람인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헌 것’, ‘오래된 것’에 마음이 쓰였고, 걔네들을 디자인의 소재로 삼으면 어떨까 생각했을 뿐이요. 거창하거나 억지스러운 것에 알레르기가 있는 저로서는 사실 eco, recycle, reform의 화두가 중요했다기보다 그저 우리들 일상의 한 부분이고 한 형태로서 삶의 주변에 있는 것들을 디자인의 소재로 자연스럽게 활용했던 것 같습니다.
상은: 추리 책 컨셉 회의 중에 당신이 얘기해 준 ‘해체주의’가 흥미로웠다. 무엇인가?
진선: 디컨스트럭션 모드라고 하는 건축, 미술, 패션 등의 사조인데요. 21세기다운 초감각적인 보더레스(borderless) 문화 사조로, 레이 가와쿠보, 이세이 미야케, 요지 야마모토, 무라카미 다카시 등이 유명 작가들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기존의 정형화된 것들을 쪼개고 해체해서 전혀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제가 헌 옷을 가지고 무언가 작품을 디자인하려면 기존의 옷을 해체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그렇게 해체된 조각들을 ‘원단화’했다고 말하는데요, 그렇게 원단화된 조각들을 연상과 발상을 통해 재구성하는 작업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겠네요. 비단 재활용뿐만 아니라 무언가 창작에 있어서 뒤집어 생각하고, 거꾸로 생각화고, 자유롭게 사고하는 모든 활동이 해체주의가 아닐까요.
음반 발표 후 돌을 던지는 사람이 있어도 끄떡없는 건 그 정도의 아픔은 지난 아픔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출산 후 주사를 맞는데 비명을 지르는 산모는 없다죠.)
* 외국라디오 듣는 방법
- 하나, 미국 야후 검색창에 rhapsody 치고 프로그램을 다운 받습니다. 아주 훌륭한 라디오입니다. 둘, 영국 야후 검색창에 virgin radio player 치고 다운 받습니다. 런던 사람들이 하루 종일 듣는 라디오를 여러분도 방안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경험해 본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면에 집중하면 외부의 일은 진행이 느려지거나 때론 멎어버리기도 해요. 달리기 위해선 반드시 앉아 먹고, 누워 자고 하는 단순명료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주위에서 놀리면 ‘아, 저 사람 중요한 걸 모르는구나. 난 득도 중인데…’라고 생각하세요.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근육을 키운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마음의 근육은 고난을 통해야만이 단단해지더군요.
다른 영성도 안아봐야 합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접할 수는 없겠지만 무당에서부터 수녀님, 창녀, 현자, 어리석은 사람들, 정치가, 포르노, 성경 등등 ‘영성’이 느껴지는 모든 것에 접근해보세요. 그러한 시도 속에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추하고, 높고도 낮은지 깨닫는 것도 ‘영성’ 혹은 ‘영감’을 위해 필요한 일이 아닐지요.
우리나라 거리의 흔한 간판들이나 몰 개성한 풍경들을 보면 아픔이 느껴지기도 해요. 원래는 국민 모두가 미적 감각이 뛰어났었는데 근대화의 과정에서 뾰족한 모서리에 부딪히고 부딪혀 마음 어딘가가 다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려는 조급한 마음으로 저렇게 달리다가 서로 또 부딪혀 다치고, 결국엔 나만의 개성과 예술성은 온데 간데 없게 되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종종 밀려들곤 합니다.
어릴 때는 이 험한 세상에서 작은 날개로 어떻게 날아갈 수 있나 의아했지요. 어떤 때는 나 자신의 실수가 아니라 타인의 연약함으로 함께 고생하고, 또 어떤 때는 나의 연약함으로 다른 사람들을 힘겹게 하기도 하면서 성장해갑니다.
비난하는 사람에게 의지하면 인생이 망가지고, 충고하는 사람에게 의존해도 인생이 기를 못 펴게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국의 가수 리차드 에쉬크로프트는 11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아픔을 안고 살았습니다만 한 인터뷰에서 그러더군요. “나는 정신 질환으로(아마 우울증인듯…) 돈을 버는 사람이다” 라고요.
암세포에게 다정하게 “너를 사랑해. 나와 30년만 같이 살자”라는 테라피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 50 먹은 환자는 80까지 사는 겁니다. 하지만 암세포를 적대시 하고 전쟁을 하면 화난 암세포도 전쟁을 벌여 몇 달 만에 사람을 죽인다고 하네요. 그러니 어떤 상처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가가면 금방 해결됩니다.
정말 신기한 건 그 ‘모험광’ 이었던 두 사람 다 동시에 정착생활을 하기로 자연스럽게 결심하고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 30대를 시작했는데, 40대가 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리라 느껴지는 요즘 무언가 다시 결핍감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영혼에는 나이가 없답니다.
며칠 전 우리 동네 친구들의 바에 쭈그리고 앉아 앞으로의 내 삶은 어떻게 될 것인지, 앞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내가 얼마나 위축되었는지,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일 년이 넘었는데 왜 아직도 슬픈 건지 등등을 생각하며 너무나 찌든 기분으로 칵테일을 홀짝거릴 때 한 외국인이 웃으며 내 새로 산 신발을 가리키며 말을 걸었습니다. 기분이 영 지구의 중력을 이기지 못한 터라 모르는 척했지만, 신발에 그려진 나비 그림을 계속 가리키며 무언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었습니다. “이 나비 날려보내요. 왜 신발 속에 가둔 거지?”
예를 들어 사전을 우연히 펼쳐 거기에 나오는 단어로 엑세서리를 만드는 상상을 해보면 좋겠네요. 장미, 조개, 단추, 병뚜껑, 천, 인형, 깃털, 조약돌, 못, 리본, 철사, 컴퓨터 부품, 일회용 스푼, 접시, 지우개 같은 단어가 튀어 나오면 쉽겠지만 코끼리나 지하철, 신문, 국회 의사당, 군인, 비행기 같은 단어들이 나오면 조금 난처해지겠군요.
저는 영국의 싱어 송 라이터 리차드 에쉬크로프트를 무척 좋아하는데요…. 한 인터뷰에서 그가 ‘100년 후, 200년 후를 위해 곡을 만든다’라고 한 말을 듣고 역시 모두가 천재라고 부르는 사람은 어딘가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미래에 가장 촉망 받는 직업으로 뜨는 것들은 몸을 가장 잘 치료할 레이져 의학 종사자와 마음을 치료할 인문학자(시인, 예술가)라고 하니 두 가지 전혀 다른 길의 라이프 스타일이 큰 두 물줄기로 세상을 지배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No rule, yes play!
영인: 한참 집중해서 무언가를 만들다 보면 바닷가에서 조개껍질을 줍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영인: … 자연을 창조한 조물주가 사람을 창조했다면, 우리에게도 자연이 가지는 힘이 있을 테니까요. 그게 바로 아트인 거죠.
일본 사람들이 전문지를 만들면 무슨 의학 서적을 보는 것 같습니다. 평론가, 음악인, 음악 애호가의 수준이 거의 하늘을 찌르는 수준입니다. 이런 전문지가 60, 70년대부터 있어왔다니 그 치밀함이 무서운 수준이죠. 방대한 자료와 심지 있고 투철한 글은 락 음악 전공 박사 과정 논문이라고 상상해도 좋습니다.(음악가인 저도 끝까지 읽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만^^)
예술가는 거의 대부분이 대기만성형인데 그 이유는 좁은 문을 선택하기 때문이고, 조심조심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느라 남들의 서너 배 되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전문용어로 ‘동선’이라 하던데, 요는 아름다운 작품과 성공은 다름 아닌 그 동선, 과정, 길을 깍아 온 모양에 달렸다는 겁니다. 21세기의 젊은 예술가들끼리는 이 동선이 좋은 사람이 성공한다는 뒷얘기도 있는 모양입니다.
이상하게도 상은언니의 음악을들으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조용히 들려오는 듯 하다.(라바의 편지 중)
누가 그러더군요. 음악과 빛은 4차원이라고요. 그럴만도 한 것이 3차원인 책상과 빛은 너무나도 다르지요. 음악도 점, 선, 면, 입체가 아니고요. 저는 우리의 마음도 4차원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미술대학은 학기말에 있는 전시회에 낼 그림을 그리는 것, 그것이 교육내용의 전부입니다. 우리 식의 종이 시험도 없고, 성적도 없고, 물론 학점도, 수업시간도 없습니다. 출석 체크도 자기가 스스로 벽에 붙은 종이에 적습니다. 그야말로 100%의 자율교육이라고 할 수 있지요. 출석만 하면 언제 그림을 끝내고 집에 가든 아무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철저한 실기 중심의 아뜰리에 수업입니다.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처럼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리지요. 책으로 하는 공부는 자기가 알아서 합니다…… 이런 식으로 자유를 주면 학생들이 학교에 안올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하루 종일 근사한 아뜰리에에서 아무도 권위적으로 억압하지 않고 최대한의 자유를 존중하고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하는 데, 어떤 예술가 지망생이 안오고 배기겠습니까!
동환: 중요한 것은 ‘부지런함’이다. 예술력은 거저 생기지 않는다.
바삭바삭하고, 현재이면서 미래지향적이며, 조각난 파멸까지 다시 이어붙여,
새로운 어떤 것으로 만드는, 그런 여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태양빛만 하루 종일 쬐어도, 완전하다는 환상을 팔아치우는 세상과
늘 비교하며 금이 갔던 마음의 빈틈이 어느새 재배열되고
그 불완전함과 상처투성이의 영혼도 가지런히 선을 맞추면 그림이 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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