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608호

 

 

 

 

 

 

 

편집장이 독자에게 영화평론의 존재론 중

 

과연 방금 본 것이 무었이었는지 우리는 알고 싶다! 영화평론은 그래서 시작된 일일 것이다. 사진적 영상의 존재론에 썼던 앙드레 바쟁의 표현을 빌리면 방부처리를 해서 미라로 만들어서라도 언젠가 혼이 찾아와 되살아나길 기원하는 것이다.

 

 

 

특집 내 인생의 영화평론가 중

 

오몽이 쓴 고다르에 관한 논문에서 발췌한 다음의 구절 역시 그처럼 음울한 음조와 아이러니를 잘 드러내 보여준다. 영화는 멜랑콜릭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끝을 향해 다가가고 있거나 혹은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고다르에게 있어서, 영화의 역사를 말하는 것은 위대한 형상들을 경건하게 추억하면서 그러한 형상들의 상실, 나아가 과거, 시간, 자아의 상실에서 비롯된 아픔을 위로하는 것이라는 데 희망이 있다.(치명적인 아름다움 중에서)

 

 

 

몇 년 전, 그러니까 막 영화평론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흥분과 의욕에 들떠 있던 시절, 나는 몇몇 영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한국영화에 바쟁과 같은 평론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러자 좌중에서 바로 이런 대꾸가 날아왔다. 그건, 모든 평론가들의 꿈이죠.

 

 

 

바쟁에게 바쳐진 수식어들의 목록은 끝없이 길지만, 나는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수식어는 천재적이고 헌신적인 관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영화를 보는 데도 천재가 있다. 그는 평론가이고 이론가이기 이전에 무엇보다 영화를 사랑했고 영화를 통해(또는 영화와 함께) 세상을 올바르게 통찰하고자 했던 최고의 관객이었다.

 

 

 

1932년에 출생한 트뤼포는 학업보다 영화에 더 근면했다……

그는 우등생의 그림처럼 단정한 영화보다 열등생의 낙서 같은 영화를 좋아했다. 멍청하지만 에너지 넘치는 영화 한편이 지적이면서 무른 영화 한편보다 훨씬 더 뛰어난 영화가 될 수 있다.

 

 

 

손택은 현대예술이 침묵을 통해 관객과의 대화를 거부함으로써 세속적인 틀에서 자유로워지려 하고, 설명이 텅 빈 낯선 형식을 통해 보는 이의 더 강한 몰입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해석에 반대한다라는 짧지만 강력한 에세이에서 그는 예술작품에 대한 암호해독문으로 전락해버린 비평은 지식인이 세계에 가하는 복수라며 집어치우라고 말한다.

 

 

 

손택의 이 글은 비평은 예술작품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그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 명제를 각인한다.

 

 

 

대가의 반열에 오른 평론가들의 글에는 어떤 강요의 힘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아직 보지 않은 작품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우리가 보았음에도 보지 않으려 했던 이미지들을 우리 앞에 다시 펼쳐 보이는 힘, 그리고 그 장면을 다시 볼 것을 강요하는 불가항력적인 힘. 난 이러한 강요의 힘이야말로 평론이 갖춰야 하는 미덕이라고 믿는다. 일본의 하스미 시게히코는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영화 이미지에 대해 숨가쁘게 떠들어대는 평론가 중 하나다. 시선으로 가능한 것은 겨우 화면을 보는 것뿐이다. 그런데 사람은 화면을 보는 것에 의해 무엇을 배우는 것일까? 보는 것이 얼마나 곤란한가 하는 것보다, 눈동자가 얼마나 보는 것을 회피하며 화면을 말살하는가를 배우는 것이다 <감독 오즈 야스지로>의 서장에서 그가 한 말이지만, 이는 단지 오즈의 영화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는 영화를 봤다고 떠들어댈 때, 정말 우리가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를 의심해야만 한다.

 

 

 

이 주의 한국인 무엇을 이야기할까 중

 

01. 최민수, 아내와 대부업 광고

내리는 비는 맞겠다?

날아오는 돌은? 자기 오토바이 타잖아:

 

07. 이통사, 고객 동의 없이 신용정보 조회

내 귀에 도청장치 단 것도

니들이냐, 이 개%&$#%!

 

09. 앙드레 김 펑크·퇴폐는 질색

백설기 같은 그대의 패션감각,

가부키 배우 같은 그대의 메이크업.

고상해서 좋으시겠어요. ^^

 

 

 

김선재 인터뷰 중

 

남이 그려놓은 지도 위를 걷고 싶을 때는 배우를, 가끔 모든 것을 주관하고 싶을 때는 감독을 하고 싶다는 그는 술래도 하고 싶고 숨고도 싶다며 자신의 마음을 술래잡기에 빗댄다.

 

 

 

뜨거운 녀석들 Hot Fuzz 중

 

악은 언제나 악하지만, 피해자의 탈을 쓰고 있을 때 가장 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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