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 릴리 프랭키, 랜덤하우스, 2003
오사비시섬 중(中)
횡단보도 앞에 서자 옆에 교복차림의 여고생 몇 명이 있었다. 그 아이들의 옆얼굴을 찬찬히 쳐다봐주었다. 여고생인지 뭔지, 아침 햇살에 찬찬히 뜯어보니 솜털이니 여드름이니 참 지저분하기도 했다. 그리고 왜 이 아이들은 죄다 똑같이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다리를 벌레에 물렸는가. 아무튼 별 볼일 없는 애들이다. 청춘을 구가하느니 뭐니 하는 건 이미지만의 문제이고 그 눈 속 깊은 곳은 어른과 똑같이 탁해져 있었다.
티켓을 샀다. 업무 때문에 돌아다니면서도 항상 생각했던 것인데, 어떤 물건을 구입할 때 대부분은 직접 판매처에서 사는 게 싼 법이다. 하지만 이 여행권만은 왜 그런지 직접 와서 사면 가장 비싸게 먹힌다. 중간업자가 개입하면 한결 가격도 내려가고 그뿐인가, 숙박까지 딸려온다. 이거 어떻게 된 거냐고, 대체?
“사진 같은 건 왜 찍는데? 그런 게 재밌어?”
“글쎄요, 재미있었던 때도 있긴 했지만….”
“그런 건 그냥 내 눈으로 보면 되잖아. 굳이 사진으로 찍을 거 있어?”
Little baby nothing 중(中)
예전에 중학 동창을 만났을 때였다. 그 녀석이 어느 아이돌 스타의 팬클럽에 가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임마, 대체 뭐하는 짓이냐, 나이도 지긋한 놈이, 라고 생각했지만 녀석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 애가 좋은 게 아니야. 나는 그 애가 되고 싶다고.”
“예쁜 얼굴이라는 건 기억하기가 어려운 법이야…”
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 중(中)
휘고의 집은 도시 변두리 뾰족한 언덕 꼭대기에 있었다. 초승달의 턱에 걸려서 들어 올려질 듯한 자리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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