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책 등을 보면, 일식 요리집에서 참치 뱃살을 시켜 먹는 장면을 볼 때가 있다.

비싼 참치의 뱃살을 몇 킬로그램이나 시켜서 먹지야 않겠지만,

암튼, 그런 장면을 볼 때면 같은 뱃살이라도 참치의 뱃살은 사람의 뱃살과는

느낌이 참 다르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깨끗하고 담백해보인다. 실제로 물고기의 뱃살이란

직립보행하는 사람처럼 늘어지거나 접힐 일이 별로 없으니까.

 

그동안, 과로와 스트레스와 짜증으로 인해 몸살이 나고

계속 몸이 안 좋고 흰머리까지 생겨서

근 한 달동안 운동을 쉬었다.

그리고 오늘 운동을 마치고 몸무게를 재니 2kg가까이 늘어있었다.

74.8kg.

 

다시 운동을 통해 2kg을 뺄 생각을 하며

그 2kg을 빼기 위해 기를 쓰고일어나는 아침 시간과

출근 전철과 런닝머신과 운동기구들과

근육 뭉침과 피로와

몸을 계속 쓰레기로 만들어버리는 긴 시간의 업무와

의자와 야근과 스트레스로 인한 식욕과 더부룩한 속과

속쓰림과 화장실 등,

다시 말해 빠르게 앞으로 감아 돌리는 영화처럼

앞으로의 한 달 간의 내 삶을 빠르게 감아 상상해보니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든다.

 

살이 좀 찌더라도 마음을 편하게... 등등의 여러가지 결론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러나 역시 내 결론은

그래도 2kg의 살을 빼야겠다, 이다.

그것도 가급적이면 뱃살을 집중적으로 빼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의 한 달, 생각만 해도 답답하고 짜증도 나고 스트레스와

무엇보다 아침에 일어나는 그 순간의 갈등과 싸움이 진저리 나지만,

그러나 결론은 그렇다.

그러길래 살이 찌질 말지.

 

나는 대부분 타인에게는 엄한 기준을, 나에게는 헐렁한 기준의 잣대를 가져다 대는데

살이 찌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남에게나 나에게나 동등한 잣대를 가져다 댄다.

 

현대인, 특히나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은

즉, 살아간다는 것은

늘어지거나 접히는 일일 것이다.

늘어지고 접히고 타협하고

늘어지고 접히고 타협하고...

그리고 그런 이유로 한국에서의 삶, 생활에 진저리 내는 것일 것이다.

 

그러니까, 늘어지고 접히는 게 싫다면

늘어지고 접히지 않아야 한다고 나는 결론을 내린다.

비록 그게 웃으며 사는 방법은 아니고

이를 악물며 뭔가를 들어올리고, 답답한 지하 헬스센터에서

제자리 달리기를 해야 한다 하더라도.

 

뱃살 2kg.

넌 저기 먼 바다로 헤엄쳐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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