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길

 

 

지하철은 꿈이 없어도 잘만 다니는데

나는 꿈 꿀 때조차 발목이 아픕니다

매일 비타민을 먹는 데도

꿈은 생동감이 없습니다

꿈속엔 칼슘이 부족합니다

밤새 양치질을 하듯 꿈을 문지릅니다

수세미를 들고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시간 당 두 세 개의 희망을 받습니다

저 높은 곳까지 손이 닿지 않아서

그리 큰 희망은 받지 못합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바람이 붑니다

나는 입으로 숨을 쉽니다

숨을 쉬는데 숨을 쉬다니

이상하다고 길바닥에 눕습니다

해가 뜨고 꿈이 깹니다

지하철은 꿈이 없어도 잘만 다니는데

나는 꿈을 깨고 나서도 한동안

갈피를 놓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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