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윈도, 레이먼드 챈들러, 북하우스, 2004
어머니는 돈 쓰는 걸 싫어하는 분이오. 어머니는 돈을 자기 피부처럼 생각하오.
모니는 경호원이 한 명 있는데, 그 자도 참 인물이야. 에디 프루라고 하는데, 키가 195센티미터에 진실한 알리바이만큼이나 비쩍 마른 사람이라네.
10미터쯤 거리에서 볼 때는 그녀는 귀티가 흘러 보였다. 3미터쯤 떨어졌을 때는 10미터 거리에서 볼 때처럼 보이기 위해서 애써 꾸민 것처럼 보였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올라타고 8층에 간다고 말했다. 노인은 낑낑대며 문을 닫고서는 고물 엘리베이터의 기중기를 돌렸다. 우리는 비틀비틀 위로 올라갔다. 노인은 마치 등에 엘리베이터를 지고 올라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헉헉거렸다.
문을 통해 사람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내는 작은 소음이 들려왔다.
나는 전화를 빨리 끊고 출입문 쪽으로 재빨리 미끄러져 가서 마치 눈이 내리는 것처럼 문을 조용하게 연 후, 마지막 순간까지 문을 잡고 조용히 닫아 문고리가 짤깍하는 소리가 1미터 밖에서는 들리지 않도록 했다.
나는 브라셔 더블룬을 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서 침묵 속에서 문으로 향했다. 석탄 일톤이 배출구로 와르르 떨어지는 것만큼이나 요란맞은 침묵이었다.
그는 몸을 구부린 채로 누워 있었다. 정말로 외롭고, 정말로 죽음에 사로잡힌 채로.
시간은
그는 유리잔을 들어 맛을 보더니 다시 한숨을 내쉬고는 반쯤 미소지으며 머리를 옆으로 흔들었다. 술이 매우 필요했었는데 누군가 술 한 잔을 권해서 받은 후 한 모금 마시자 세상이 더 깨끗하고 밝고 환하게 느껴진 사람이 지을 만한 태도였다.
“당신네들이 스스로의 영혼을 가지기 전까지는 내 영혼도 가질 수 없을 거요….”
그녀는 오랜 간격을 두고 데이트 약속을 하는 여자 특유의 아주 오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곳의 손님들은 감상적인 노래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자신들의 일터에서 한 발짝 앞서나가려고 노력하는 일에 지친 것이리라.
“그게 무엇을 위한 것이죠? 호통을 치는 것은 뭣 때문인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나를 겁줄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확신 시키려는 거죠.”
나는 빳빳한 새 지폐를 굶주린 손가락으로 집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밀어버렸다.
“법은, 그게 뭐든 간에, 상호 교환의 문제입니다, 머독 부인. 다른 대부분의 일들과 마찬가지죠…”
그런 방들이 보통 그렇듯이 외지고, 무정하고, 아주 더럽지도 않고, 아주 깨끗하지도 않으며, 사람 냄새가 안 나는 방이었다. 경찰청에 갓 새로 지은 건물을 하나 준다고 해도 석 달만 지나면 모든 방이 그런 냄새가 날 것이다. 그 속에는 뭔가 상징적인 것이 있음에 틀림없었다.
벨폰트 빌딩 로비의 불이 켜진 엘리베이터 안, 접은 삼베 깔개 위에 촉촉한 눈매를 한 노인이 잊혀진 사람의 흉내를 내면서 여전히 미동도 않고 앉아 있었다.
“저는, 저는 제가 왜 이렇게 여기 누워 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선생님이 경찰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시죠, 제가 사람을 죽였어요.”
“글쎄요, 그건 정상적인 사람의 충동입니다. 저만 해도 한 다스 이상은 죽였거든요.”
그러나 루이스 바니에르와 같은 사람은 자살을 하지 않는다. 협박범은, 심지어 겁을 먹은 협박범이라 해도, 권력에 대한 감각이 있으며, 그것을 즐긴다.
“그래요?”
또 냉정하고 굳은 단음절의 대답이 총신처럼 나를 찔렀다.
“부인은 영리하고 강하며 참을성 있는 여자요. 부인은 자기의 콤플렉스를 알고 있었소. 부인이라면 일 달러를 지키기 위해서 일 달러를 쓰는 일조차 할 사람이오.”
그 집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자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내가 시를 하나 썼고 그 시는 아주 훌륭했지만 나는 그것을 잃어버렸고 다시는 기억하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작품 감상
챈들러는 “나의 지론은, 사람들이 비록 자기가 액션에 관심을 가진다고 믿는다고 해도 사실은 액션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또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대화와 묘사를 통한 감정 창출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챈들러의 방법론 중에 ‘seek and find’라는 테마가 있다. 그것은, 찾아냈을 때는 찾아내려 했던 것이 이미 변질된 상태라는 것이다. 그것이 미스터리 형태로 싸여 있어서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테마는 나의 작품세계와 기본적으로 일치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챈들러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 무라카미 하루키
'ot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들고 싶은 광고-5 (0) | 2007.12.02 |
---|---|
씨네21- 630호 (0) | 2007.11.30 |
내셔널 지오그래픽 2007/11 (0) | 2007.11.26 |
철학적 탐구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0) | 2007.11.20 |
씨네21 - 628 (0) | 2007.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