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2 <군주의 자리>, 나오미 노빅, 노블마인, 2007(2)

 

 

 

 

 

 

 

 

 솔직히 말해서 그 이유는 우리도 잘 모릅니다. 우리가 펭귄들의 삶에 관여하지 않듯이, 지난 14년 간 중국은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해 관여하지 않는 것을 외교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출항을 앞둔 지금도 작은 배들이 항구 바깥쪽에 정박한 얼리전스호와 부두를 오가며 공급품을 실어 날랐는데, 그 모양새가 꼭 귀부인의 시중을 들며 종종걸음을 치는 시녀들 같았다.

 

 

 

 그날 아침에 전사자들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선원들은 전사자들이 생전에 쓰던 그물침대에 시신을 넣고 벌어진 틈을 잘 꿰맨 다음 해군에겐 동그란 포탄을, 공군에겐 쇠 포탄을 발목에 달아 난간 너머 바다로 내려 보냈다.

 

 

 

한 병에 일만 냥짜리 순수한 포도주가 담긴 금 술잔

백만 냥짜리 진귀한 음식이 담긴 옥 접시

하지만 그 술잔과 접시를 물리치련다,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으니…….

하늘을 향해 발톱을 들어 올리고 사방을 둘러본다.

황하를 건너고자 하나 얼음이 내 발을 붙들고

태행산을 넘어 날고자 하나 눈 내리는 하늘이 나를 가로막으니

그저 연못에서 한가롭게 노니는 금빛 잉어를 바라볼 수밖에.

갑작스레 파도를 건너 태양을 향해 항해하는 꿈을 꾸어 본다…….

여행은 어렵다.

어려운 일이다.

굽이굽이 갈라지는 수만 갈래의 길……

어떤 길을 따라 가야 하나?

언젠가 긴 바람을 타고 짙은 구름을 뚫고 날아오르리.

날개를 활짝 펴고 넓고 넓은 바다를 건너리.

 

 쑨카이가 중국어로 낭송한 시를 통역관이 영어로 옮겨 들려준 것이라 그 시에 원래 각운이나 운율이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내용만큼은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서 그런지 시 낭송이 끝나자마자 공군 장교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로렌스도 관심을 나타내며 쑨카이에게 물었다.

 직접 지으신 겁니까? 용의 관점에서 쓴 시는 처음 들어봅니다.

 아뇨, 당나라 때 살았던 고귀한 용 룽리포의 작품 중 하납니다. 저는 미천한 학자일 뿐이라 제 시는 여러 사람 앞에서 낭송할 가치도 없는 것이지요.

 

 

 

 너희 영국인들은 늘 새로운 곳을 찾아 항해를 떠나지. 자신들의 나라에 대해 그렇게 불만이 많은 건가?

 

 

 

 우린 네 나라의 물건을 탐한 적도 없고 우리의 방식을 너희에게 강요한 적도 없다. 조그마한 섬나라 출신의 너희 영국인들은 우리나라로 와서 우리의 차와 비단, 도자기를 구입했지. 그것은 모두 황제 폐하의 친절하신 배려 덕분이다. 그런데도 너희는 만족할 줄을 모르고 계속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 영국 선교사들은 네 나라의 종교를 우리나라에 퍼뜨렸고, 영국 상인들은 우리나라의 법을 무시하고 아편을 밀수입해서 팔았다.

 

 

 

 할 줄 아는 영어라고는 밖에 없는 중국인 시종들이 그 약초들을 요리에 넣기 위해서 그 지역 시장으로 가서 상인들에게 은을 주고 최대한 이국적이고 비싼 재료들을 사들였다.

 

 

 

 북쪽 끄트머리에 있던 누더기처럼 불규칙하게 찢어진 구름들은 얼리전스 호 위쪽을 가로질러 그 진보라색 뭉게구름을 향해 곡선을 그리며 나아가고 있었다.

 

 

 

 “… 난 영국 정부 때문에 용싱을 죽이지도 못하고 계속 예의바르게 대해줘야 하는 것이고, 정부는 정말이지 진절머리가 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정부라는 것 때문에 나도 억지로 용싱 얼굴을 봐야 하는 거잖아. 정부는 도대체가 아무한테도 도움이 안 되는 거 같아.

 

 

 

 테메레르의 우울한 목소리에 어느새 분노가 스며들고 있었다.

 우리 용들은 노예나 다름없어. 다만, 인간들보다 개체 수가 적고 덩치가 훨씬 큰데다가 전투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너그러운 대접을 받고 있는 거야. 그런 능력을 갖추지 못한 큰바다뱀 같은 생물들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고 있지만. 어쨌든 우리 용들은 자유의 몸이 아닌 것이지.

 

 

 

 아침 해가 뜨면서 드리우는 햇살이 연못의 북쪽으로 빠르게 뻗어가자 연꽃들이 닫았던 봉우리를 벌리며 발레리나들처럼 아름답게 피어났다. 진초록 잎과 대조를 이루는 수천 송이의 분홍색 연꽃이 연못 위에 가득 피어나자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마지막 연꽃까지 모두 피자 용들은 바닥의 포석에 대고 발톱을 두드리며 다닥따닥 소리를 냈다. 일종의 박수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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