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NO35(통권163)

 

 

 

 

 

이창동 감독은 말했었다. 배우의 연기는 리액션이라고 생각한다. 상대 배우의 연기에 주연 배우가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어떤 장면을 연출할 때 주연 배우보다 상대 배우의 연기 연출에 더 공을 들인다. 전도연 <밀양>으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창동 감독의 말에 따르자면 그녀의 연기는 누군가의 연기에 대한 반응이었단 얘기가 된다. <밀양>에서 전도연 앞엔 늘 송강호가 있었다. 아이를 유괴당하고 신의 시험에 들게 되는 전도연한텐 감정을 집중할 눈에 보이는 과녁이 있었다. 하지만 송강호는 보이지 않는 과녁을 꿰뚫어야 하는 처지였다. 종찬은 교회 앞에서 주차 관리를 하고, 기차역 앞에서 찬송가를 부른다. 이런 건 여느 영화에선 무의미한 장면이다 하지만 수군거리는 송강호의 연기는 그 순간에 슬쩍 의미를 부여한다. 이창동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우린 눈에 보이지 않는 걸 우리도 모르게 믿고 있다. 종찬처럼 일상 생활에서 그런 얘기를 시시껄렁하게 나눌 때가 있다. 종찬은 그 장면에서 너무 평범해서 이름조차 뜻 없는 뻔한 인물이 된다. 그러면서도 뻔하다는 게 종찬다운 특질이 된다. <밀양>에서 송강호는 눈을 가린 채 존재하지도 않는 과녁을 명중시킨다. 그것도 매번 말이다.

 

 

 

HISTORY

열정도, 욕정도 있는 남자 이승환

 

 다음 해가 되어도 그의 어두운 마음은 거둘 수 없었다. 20장이 넘는 음반, 340여곡의 음악으로 한 달 음반 매출이 4만 원이에요. 1990년도 한 달 매출 4000만원에 비하면 1000분의 일로 떨어진 거죠. 이젠 익숙해져 그런가 보다 해요.(미소) 2006, 11, 9집 앨범 <Hwantastic>을 낸 뒤, 그는 급기야 언론에 공표했다. 더 이상 CD를 발매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CD가 없어질 거란 생각을 해서였다. 사회적 환기가 필요하단 생각에서였다. 그는 음악에서 사운드를 무척 중요한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음반 산업은 사운드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었다. 보존되고 진보해야 할 것이 오히려 퇴보하는 분위기였다. 소리의 울림으로 얻는 감동을 모르는 음악 시장이 되고 있는 것이었다. 발언과 모순되지 않게 그는 <Hwantastic> 앨범의 사운드를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자했다. 자신의 기둥뿌리가 뽑힐 정도의 금액이었다. 그래미 수상자인 데이비드 캠벨에게 프로듀싱을 맡겼다. U2의 음반 작업에 참여한 클라크 저메인이 믹싱을 맡았다. 그 외 모든 부문에 심혈을 기울였다. 자신이 기울인 땀에 대해 그는 만족했다. 그는 주저 없이 언론에 말했다. 스피커로 음향을 듣지 않는 세대지만, 정말 좋은 소리를 뽑았어요.

 

 공연이 잡히면, 그는 체력 관리를 바싹 했다. 달려도 그냥 달리지 않았다. 걸을 때도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닐 정도였다. 평소에 먹지 않던 건강식까지 억지로 먹었다. 고기도 일부러 먹었다. 지금은 남이 된 채림은 그런 그를 두고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오빠가 이래요. 아니 애들 코 묻은 돈 뺏으면서 내가 이만큼 안 해서 되겠어?’”

 

 

 

 

 

DEEP FOCUS

지난 5

 

 

 영화한테는 더 이상 지킬 대상도 싸울 대상도 없었다. 오직 살아남아야 했다. 시장 논리를 따라잡아야 했다. 드라마는 진작부터 해온 일이었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음악이 몰락한 건 음악이 음악이 아니어서였다. 서태지 HOT까지만 해도 음악 산업은 시대의 공기를 담고 있었다. 기존 세대에 대한 저항이 음악의 주제였다. 하지만 음악은 빠르게 산업화됐고 그들 스스로가 기존 세대가 됐다. 더 이상 아무도 음악을 듣지 않았다. 음반사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10대들만 상대해야 하는 굴레에 빠졌다. 영화와 드라마도 그 길을 느릿느릿 따라가고 있었다.

 

 이명박 시대는 활자의 시대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눈물이 아니라 변명으로 당선됐다. 투표율은 역대 대통령 선거 가운데 가장 낮았다.

 

 

 

 

 

 

Another view

 

 

 선수들이 최고로 치는 여자는 적당히 예쁘면서 늘 웃어주는 상냥한 애들이다. 원더걸스의 인기도 마찬가지다. 예쁘고 어리고 가슴 큰 소녀들이 열심히 온몸을 흔들어주는데 싫어할 리 없다.

 

 15세에서 19세까지, 스무 살 안쪽의 다섯 명의 아이들은 1980년대 레트로가 콘셉트라 했다. 그건 여러 가지를 의미할 거였다. 우선 의상과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등은 대놓고 촌스럽게 가겠다는 것. 단순한 디스코 동작과 리듬을 널리 응용하겠다는 것. 쉽게 쉽게 누구에게든 부담스럽지 않게 가겠다는 것. 아이돌 그룹 팬덤의 로열 팬층으로 꼽히는 십대뿐 아니라 언니, 오빠 삼촌들도 두 팔 벌려 환영하겠다는 것. 그들의 셀링 포인트는 적중했다.

 

 이런 소녀들이라면, 좋은 걸 좋다고 말하기에 부담이 없을 거였다. 그 기세를 탄 게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일 뿐이다. 아저씨들의 정체성 좀 물 위로 드러냈기로서니, 그게 뭐 어때서, 어차피 언제나 소녀들은 그들의 로망이었다. 소년들이 언제나 지치고 힘든 언니들의 귀염둥이였던 것처럼 말이다.

 

 패� 독자들을 대상으로 모니터 회의를 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의견들이 있다. 연예인 별로예요. 관심없어요. 옷 잘 입는 여자가 궁금해요. 물론 언제고 통하는 VVIP급 남자 연예인은 열외로 치고 하는 말들이다. 장동건이나 강동원, 조인성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이름도 잘 모르겠다는 남자 신인들 인터뷰보단 옷 잘입는 여자들이 궁금해요. 길을 가다 커플을 마주치면 남자도 여자도, 모두 상대편 여자를 본다는 미확인 속설과 일맥 상통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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