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적 편지쓰기, 엔도 슈사쿠, 쌤앤파커스, 2007
약속 시간에 늦는 사람하고는 동업하지 말거라.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모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나이 들어가는 것도 청춘만큼이나 재미있단다.
그러니 겁먹지 말거라.
사실 청춘은 청춘 그 자체 빼고는 다 별거 아니란다.
모든 글은 첫 문장에서 결정된다
보조용언, 즉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들어가는 말이 늘어날수록 문장은 더 장황해져, 논리적인 문장과는 멀어지게 된다. 완곡하게 뭔가를 말해야 하는 편지(예를 들어, 돈을 빌려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어쩔 수 없이 거절해야 하는 상황의 편지) 이외에는 짧은 문장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말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선 계절을 생각하자. 봄인가, 여름인가, 아니면 겨울인가. 태양이 저물 때의 느낌은 계절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 그런데도 일 년 내내 ‘타오르는 불덩이’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면 뭐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네 눈길 없이는 다시는 싹 나지 않으리라.
(
“여름의 눈부심이나 더위를 표현하려면 빛 쪽에서 쓰지 말고 그림자 쪽에서 써라.”
만약 당신이 어떤 여성과 헤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당신이 이별을 고했을 때 강아지처럼 울며 매달리는 여성과, 슬픔과 고통을 참으며 묵묵히 당신을 바라보는 여성 중 어느 쪽이 더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할지 상상해보라.
“낚기 전까지는 고생이지만, 일단 한번 낚으면 내 맘대로지. 히히힛!”
대부분의 남성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 ‘히히힛’ 하는 마음이 약혼 기념일이나 애인이 된 추억의 날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은, 마치 소가 한 번 먹은 것을 토해서 다시 입 속에서 우물거리듯 과거의 일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맛보기를 좋아한다.
몇 백만원이나 하는 다이아몬드를 사주는 것과 똑 같은 기쁨을 단 오백 원짜리 엽서로 줄수 있다면, 엽서를 보내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가 아니겠는가.
동봉한 종이에 O표시와 X표시가 있습니다. 함께 영화를 봐주시겠다면 X표시를 지운 다음 제 책상에 슬쩍 놓아주세요. 그러면 제가 너무 기쁠 겁니다.
연애편지
스무 살 안팎에는 누구나 한번쯤 연애 편지를 썼었지
말로는 다 못한 그리움이며
무엇인가 보여주고 싶은 외로움이 있던 시절 말이야
틀린 글자가 있나 없나 수없이 되읽어
펜을 꾹꾹 눌러 백지 위에 썼었지
끝도 없는 열망을 쓰고 지우고 하다 보면
어느날은 새벽빛이 이마를 밝히고
그때까지 사랑의 감동으로 출렁이던 몸과 마음은
종이 구겨지는 소리를 내며 무너져내리곤 했었지
그러나 꿈 속에서도 썼었지
사랑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잃어도 괜찮다고
그런데 친구, 생각해 보세
그 연애 편지 쓰던 밤을 잃어버리고
학교를 졸업하고 타협을 배우고
결혼을 하면서 안락을, 승진을 위해 굴종을 익히면서
삶을 진정 사랑하였노라 말하겠는가
민중이며 정치며 통일은 지겨워
증권과 부동산과 승용차 이야기가 좋고
나 하나를 위해서라면
이 세상이야 썩어도 좋다고 생각하면서
친구, 누구보다 깨끗하게 살았노라 말하겠는가
스무 살 안팎에 쓰던 연애 편지는 그렇지 않았다네
남을 위해서 자신을 버릴 줄 아는 게
사랑이라고 썼었다네
집안에 도둑이 들면 물리쳐 싸우는 게
사랑이라고 썼었다네
가진 건 없어도 더러운 밥은 먹지 않는 게
사랑이라고 썼었다네
사랑은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한 발자국씩 찾으러 떠나는 거라고
그 뜨거운 연애 편지에는 지금도 쓰여 있다네
문상편지란 말 그대로 상대방의 불행을 안타까워하고 위로하며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한 것이지 자신의 고통이나 슬픔을 상대방에게 알리기 위한 게 목적이 아니다.
그리운 꽃 편지
봄이어요
바라보는 곳마다 꽃은 피어나며
갈데없이 나를 가둡니다
숨 막혀요
내 몸 깊은데 까지 꽃 빛이 파고 들어
내 몸은 지금 떨려요
나 혼자 견디기 힘들어요
이러다가는 나도 몰래
혼자 쓸쓸히 꽃 피겠어요
싫어요
이런 날 나 혼자 꽃 피긴
죽어도 싫어요
꽃 지기전에 올 수 없다면
고개 들어
잠시 먼산 보셔요
꽃, 피어 나지요?!
꽃 보며 스치는 그 많은 생각 중에서
제 생각에 머무셔요
머무는 그곳
그 순간에
내가 꽃 피겠어요
꽃들이 나를 가둬, 갈 수 없어
꽃 그늘 아래 앉아
그리운 편지 씁니다
소식, 주셔요……
기억을 증진시키는 가장 좋은 약은 감탄하는 것이다
(<탈무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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