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끌기, 제임스 모로, 웅진지식하우스, 2007

 

 

 

 

 

 

 

한참 뒤 앤서니는 배가 하마터면 침몰할 뻔했으며, 마치 애완견 통조림을 깡통 따개로 따듯 볼리바르 암초가 발파라이소호를 무자비하게 찢어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왜 하느님에게 육체가 없다고 생각하오?

하느님은, 무형의 존재 아닌가요?

육체는 본래 무형인 법이오. 물리학자라면 모두 그렇게 말할 거요.

 

 

 

 요즘에는 종교가 너무 추상적이 되어가고 있소. 하느님을 영혼, 빛 사랑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 관념적인 헛소리들은 모두 잊으시오, 앤서니. 하느님은 인간이란 말이오. <창세기> 1 26절에도 나오듯이, 하느님은 자신의 모습을 본떠 인간을 만드셨소. <창세기> 8 20절에서는 하느님에게 코가 있다고 하고, <출애굽기> 33 23절에는 엉덩이도 있다고 씌어있소. 하느님이 자기 발에 배설물을 묻히셨다고 <신명기> 23 14절에도 적혀 있지 않소?

 

 

 

 어쩌면 하느님은 돌아가실 수도 있을 것이다. 앤서니의 주일학교 선생님들은 그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모호하고 포괄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어서(월밍턴 장로교회 사람들 중에는 타락한 이들이 없었다), 단 한 번도 그런 가능성을 제기해본 적조차 없었다. 하느님에게 육체가 있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동트기 직전 떠오른 달은 하느님의 해골처럼 으스스한 흰 빛을 내뿜고 있었다.

 

 

 

 토머스에게 뉴욕 지하철은 하느님 왕국의 맛보기 무대와 같은 곳이었다. 아시아인들이 아프리카인들과 어깨를 비비대고, 라틴계 사람들이 아랍 사람들과 몸을 비비고, 비유대인들이 유대인들과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곳. 모든 국경과 경계가 허물어지고 모든 사람이 똑같이 대우받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만인의 교회, 그리스도의 신비체*였다.

(*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연합한 초자연적인 결사체를 가리키는 기독교 용어. 몸 된 교회)

 

 

 

 다루카 추기경은 사교적인 편이 아니었다. 얼굴 여기저기에 곰보 자국이 있는 그는 달처럼 차갑고 따분한 사람이었다.

 

 

 

 손에 홀장*을 쥐고 털 망토를 두른 교황 이노센트 14세가 발을 끌면서 나타났다. 장갑을 끼고 보석으로 치장한 한 손은 앞으로 쑥 내밀고, 다른 한 손은 머리 위에 얹은 벌집 모양의 삼중관을 잡고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동네 아줌마가 머리를 매만지기 위해 얹어놓은 퍼머기처럼 보였다.

(* 笏杖, 교황이 짚고 다니는 지팡이.)

 

 

 

 의자 대신 사용하는 대여섯 개의 선키스트 오렌지 나무 상자들과 커피 테이블 대용으로 쓰는 실패 모양의 AT&T 케이블 스풀이 댕그라니 놓여있는 그곳은

 

 

 

 

 “…, 그걸 아십니까? 바다소는 얼굴에 더러운 기름이 묻으면 눈이 멀 때까지 앞발로 계속 눈을 비빈답니다.

 , , 정말, 안타까운 일이군요.

 그렇게 해서 완전히 눈이 멀게 되는 겁니다.

 

 

 

 평범한 선장이라면 도선사에게 배를 넘겨주는 일이 매우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아내의 지갑에서 외국산 콘돔을 발견한 남편이 느끼는 쓰라린 소외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다갈매기들이 세상에 끝없는 불만을 털어놓듯 끽끽 울며 저무는 해를 따라서 미끄러지듯 날아다녔다.

 

 

 

 기도의 충동은 강렬했다. 그러나 신을 믿을 만큼 어리석지 않았던 캐시 파울러는 아직까지 잘 버티고 있었다. 전쟁 참호 속에 무신론자는 없다.라는 말은 참으로 그럴듯한 격언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삐딱하지만 재치 있고 호소력 있는 말.

 

 

 

 냉혹하고 심술궂게도 태양이 떠올랐다. 외눈의 적, 상어만큼이나 지독한 약탈자.

 

 

 

 제가 지금까지 30년 동안 바다 생활을 해왔지만, 그렇게 저온 살균되고 균질화되고 냉동 여과된 말똥 같은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철저한 반증에도 아랑곳없이 그들은 토리노의 수의*와 베르나데트의 성녀의 망상과 같은 바보 짓거리들을 사실로 인정해주고 자기들 입맛대로 이용해먹지 않았는가!

(* 이탈리아 토리노 대성당에 보관된 예수의 성의(聖衣). 십자가에 못 박힌 것 같은 흔적 때문에 성스럽다고 여겨졌지만, 최근 그것이 템페라 물감으로 그려졌으며 1260년과 1390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분명 웨이싱어와 같은 유대인에게는 야훼라는 단어가 불쾌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입 밖에 꺼낼 수도 없는 비밀스러운 문자 YHWH*를 세속적인 모음들을 써서 타락시킨 그 불경한 단어, 야훼!

(* 야훼란 히브리어 단어를 영어로표기한 것으로 유대인들은 이것을 소리 내어 읽지 않았는데, 나중에 학자들이 여기에 모음 a e를 붙여 야훼, 혹은 e o a 등을 붙여 여호와라고 읽었다.)

 

 

 

 하지만 아뿔싸! 표피 아래로 3미터를 뚫었지만 하느님은 강철처럼 단단했다. 차라리 바나나로 축구공을 찢는 게 더 쉬울 것 같다.

 

 

 

 예수는 초끈 이론이라든가 영원히 알기 어려운 발가락 이론 같은 것을 걱정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주 예수그리스도는 필요한 곳에 직접 가셨던 것이다.

 

 

 

 좋소. 마지막 제안이오.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알겠소? 1700만 달러. 그 돈이면, 국민 윤리 교고서를 가지고 골 때리는 뮤지컬을 만들어 달 위에서 공연해도 10년 동안 쉬지 않고 할 수 있을 거요.

 

 

 

 앤서니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들이 뉴욕항을 출발한 이후 줄곧 그는 우주가 자기를 이용하여 뭔가 특별히 잔인하고 정교한 농담을 찾아다니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토플리스 바와 젖은 티셔츠 콘테스트보다 인생에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아는 그런 야심 있는 여배우들 말입니다.

 

 

 

 신부는 생각했다. 당연하지. 하느님은 모든 사람을 위한 분이 아닌가? 그분은 패스트푸드를 찾는 수많은 대중의 하느님인 것이다.

 

 

 

 그는 달이, 섬의 남쪽 해안을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파도라는 이불을 끌어당겨 덮어주는 정다운 어머니라고 상상했다.

 

 

 

 사라 이모는 제가 내면 속에 갇혀 있다고 말하곤 했어요. , 너는 어디에 가든 네 자신의 굴을 가지고 다니는 은둔자야.라고요. 그리고 이제 저는 정말 그렇게 될 겁니다. 은둔자.

 

 

 

 종교는 항상 존재할 겁니다, 호크.

 왜죠?

 술 취한 알 졸슨이 무대 위를 어슬렁거렸다.

 이유는 단 하나, 죽음 때문이죠. 종교는 그걸 해결해주지만, 사회정의는 그걸 해결해주지 못해요. 캐벗이 말했다.

 

 

 

 쇼스타크는 고향인 펜실베이니아 바랄신위드에서 부모 손에 이끌려 정기적으로 참석했던 성공회 예배가 떠올랐다. 무거운 침묵과 들뜬 경외감 그리고 생사의 문제에 대해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들의 진지한 분위기가 모두 그때와 똑같았다.

 

 

 

 제독님, 여기는 북극입니다. 태양은 동쪽이 아니라 남쪽에서 뜬다고요.

 

 

 

 처음 사흘 동안, 웨이싱어의 고행은 그럭저럭 잘 진행되었다. 태양은 적당히 뜨거웠고, 굶주림은 알맞게 고통스러웠으며 갈증도 적절한 수준으로 목을 태웠다(그는 이슬을 받아 모은 물을 네 시간마다 약 0.5리터씩 마셨다). 소외되어 정신적으로 굶주리고 미쳐가는 독수리처럼 그는 자신의 석화된 무화과나무에 올라앉아 우주의 주목을 끌어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훌륭한 적수만큼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대상은 아무도 없었다.

 

 

 

 하늘이 순간 환하게 밝아졌다. 폭발과 함께 데버스테이터의 두 조종사는 증발했고, 비행기 동체가 해체되면서 불붙은 파편들이 편두통에서 오는 환각처럼 수없이 공기 중에서 번쩍거리며 떨어졌다.

 

 

 

 설사가 난다 해도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2차 세계대전 동안, 보병들의 거의 4분의 1이 전쟁터에서 그런 통제 기능을 상실했거든요.

 

 

 

 앤서니는 우현 쪽 벽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는 하느님이 원시의 대륙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면서 아프리카 대륙에서 남아메리카를 떼어내는 장면을, 그리고 마치 태아를 싸고 있는 양막이 파열되면서 양수가 쏟아지듯 그 틈으로 새로운 바다인 대서양이 쏟아져 내리는 장면을 상상했다.

 

 

 

 아모코 카디즈호에 있을 때 골수암을 앓는 친구가 있었어. 그가 뭐라고 했는지 아니? 사람들이 너에게 마치 내일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모르핀을 주면 그건 정말 내일이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 했단다.

 

 

 

 선장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 자국이 짙게 드리워져 있어서 그의 눈은 마치 물속에 던져진 조약돌처럼 보였다.

 

 

 

 과거는 저항하고 소리를 지르겠지만 결국 없어지고 말겠지.

 

 

 

 과야킬에서 한 해적에게 총격을 입었을 때가 생각나는군요. 고통이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게 아니었어요. 저는 여전히 다가올 고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가 캐시의 등에 손바닥을 대고 과속 방지턱처럼 등에 조금씩 튀어나온 척추골들을 어루만지고 있을 때였다.

 

 

 

그분이 우리의 창조주였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동시에 그분은 사악한 미치광이였어요.

 그녀의 말에 웨이싱어가 대꾸했다. 그분이 사악한 미치광이였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동시에 그분은 우리의 창조주였습니다.

 

 

 

 녹이 나서 구멍이 숭숭 뚫리고 부식 때문에 여기저기가 부스러진 여왕 마리아호의 모습은 그곳의 선원들보다 하나도 나을 게 없어 보였다. 그것은 마치 하느님이 배를 들어 올려 어금니로 부수고 침으로 불태우고 녹여낸 뒤 다시 바다로 되돌려 보낸 것 같았다.

 

 

 

 그렇죠? 그분이 만드신 걸작과 함께 그분을 매장하자는 건 내 아이디어였소. 고래, 난초, 참새, 코브라. 무엇을 포함시켜야 할지를 결정하는 데 매우 힘이 들었소. 아다비엘 천사가인간의 발명품들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 그것도 확대해서 보면 엄연히 나느님의 작품이라고 주장했소. 바퀴, 쟁기,VCR, 하프시코드, 야구공. , 우리는 모두 대단한 야구광들이라오. 그런데 그때 자피엘 천사가 좋아요, 그럼 356구경 총탄을 넣자고요.해서 문제가 타결되었소.

 

 

 

죄송하지만, 여러분 모두 틀렸습니다. 아버지의 궁극적인 의무는 아버지가 되는 걸 그만두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십니까? 옆으로 물러나 아들이나 딸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그것이 정확히 하느님의 의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분은 당신에 대한 우리의 끊임없는 믿음이 우리를 구속하고, 협박하고, 성장하지 못하게 한다는 걸 깨달으셨습니다.

 

 

 

테야르 드샤르댕의 우주적 그리스도*

(* 예수회 신부이며 신학자, 시인, 철학자, 지질학자, 고생물학자였던 테야르 드샤르댕이 진화론적 우주관을 기독교적 가치관과 결합해 제시한 개념. 진화의 그리스도라고도 한다. 그는 과학과 종교의 조화를 꾀하고 나아가 우주의 미래를 예시함으로써 현대 기독교 신학계로부터 예언자적 신학자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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