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지오그래픽, 2008/1
지도로 보는 세상
해외 입양의 정치학
올해 국제 입양 지도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해외 입양을 가장 많이 하는 미국이 국제 입양에 관한 헤이그 협약의 정식 회원국이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협약은 74개 가입국 간의 해외 입양에 대해 규정하고 입양기관들이 이 규정들을 준수하도록 보장한다. 헤이그 협약 규정은 양부모들에 대한 상담과 아동 매매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 조치는 과거 10년간 미국에 입양아가 가장 많이 보낸 과테말라에게는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테말라는 헤이그 협약 가입국이기는 하지만 아동 인신매매로 비난을 받아왔다.
해외 입양을 희망하는 부모들은 이미 이러한 변화에 익숙하다. 한국은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10만여 명의 아동을 미국으로 입양 보낸 ‘세계 최대이의 고아 수출국’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만은 그대로다. 양부모는 새로 입양한 아이의 출산국 문화를 기꺼이 포용한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가 지구촌 한가족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진정 실감합니다.” 중국 태생의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엘런 래스폰은 말한다.
(내가 이 표를 보고 생각한 건, 한국이 세계에서 4번 째로 고아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아닐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입양 수출 순위가 무려 4위나 되는 것은, 한국인 조차도 한국인 아이를 입양하길 꺼리는 문화적 토양의 척박함이 매우 큰 요인일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이 자기 애를 끔찍하게 생각한다는 것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다시 말해, 자기 애만을 그렇게 여길 뿐, 입양이라는 인간에 대한 애정 행위에는 결핍되어 있다고도 해석된다. - melt)
목선을 모으는 사람들
“먹고살아야 하니까 힘들고 고단해도, 멀미로 토악질하면서도 배를 탈 수밖에 없었는기라.” 50년을 어부로 살아온 시인 김건이(67) 씨는 말한다.
“아무나 배울 수 있는 기술 아이다.” 정씨가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한다. 배목수 책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선배들 곁에서 잔심부름해가며 어깨 너머로 깨쳐야 하는, 그야말로 도제식 교육이다. 가장 어려운 것이 설계도 그리는 작업인데 만드려는 배의 10분의 1크기 설계도를 종이도 아닌 나무 널빤지에 그린다. 너무 단순해서 이대로 작업하면 정말 배가 만들어질까 의심이 들 정도지만 완성된 배를 보면 그런 생각은 까맣게 잊고 기가 막힌 재주에 감탄하게 된다.
“FRP선은 속도가 빠르고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지만 물 위에서 잘 놀아서 불안정하고, 목선은 수명이 짧고 물이 새는 단점은 있지만 비용이 저렴하고 물 위에서 안정적인기라. 다 장단점이 있지.” 김 대목수가 FRP선과 목선에 대해 잘 정리해준다.
남은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젊은사람이 이미 수니을 넘겼으니 이들 세대가 떠나고 나면 목선을 모으는 배목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노는 날이 따로 있나? 바람 불고 비 오면 명절날이지.” 어부 시인 김씨는 1년 365일 사나운 파도와 바닷바람에 맞서 허리 한 번 제대로 펼 날 없이 살아가는 어촌의 일상을 이렇게 한마디로 요약한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활화산과 함께 사는 법
‘지리학적으로 인도네시아는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한 곳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이곳엔 활화산이 129개나 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많은 활화산 곁에 이토록 가까이 살고 있는 나라는 인도네시아밖에 없다. 자바 섬에만 30개가 넘는 화산의 그늘 아래 1억 2900만 명이 살고 있다. 이처럼 화산 근처에 살다보니 지난 500년간 화산폭발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 14만 명이 넘는다.’
하이테크 시대의 그늘, 전자쓰레기
연기가 깡마른 소년의 몸을 휘감고 있다. 카림이 말한다. 2년째 쓰레기 태우는 일을 하고 있다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로 불덩이 하나를 들쑤신다. 몸을 굽히자 상반신이 그을음에 뒤덮인다. 연료로 태우던 낡은 타이어 더미에서 구리전선 한 뭉치를 들어올리고는 물을 끼얹는다. 치익 소리를 내며 불이 꺼지고 조그만 웅덩이가 생긴다. 온갖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이 든 연기를 마셔가며 단열재를 태운 끝에 건진 구리전선 한 뭉치. 고철상에 팔면 1달러를 벌 수 있다.
어디서 오는 건지 모르지만 매일같이 고물상들이 폐 전자제품을 무더기로 가져온다고 한다. 멘사와 동업자들은 컴퓨터나 TV를 몇 대 산다. 옆에서 동업자인 친구들과 가족, 그리고 맨발 소년 둘이 우리가 하는 얘길 넋 놓고 듣고 있다. 브라운관에서 구리 부품을 떼내면 신경독인 납, 폐와 신장을 손상시키는 발암물질인 카드뮴 파편들이 우수수 땅에 떨어진다. 드라이브나 메모리칩 등 되팔 만한 부품들도 뜯어낸다. 그러곤 전선을 뽑아내고 플라스틱을 태운다. 이렇게 해서 구리를 팔면 그 돈으로 또 폐품을 산다. 돈 버는 비결은 안전이 아니라 속도다. “코로 연기를 마시면 머리가 띵해요.” 멘사가 실감나게 뒤통수를 주먹으로 치며 말한다. “머리랑 가슴이 아파요.” 부서진 모니터 케이스들이 근처 석호에 둥둥 떠다닌다. 내일 비가 오면 바다로 쓸려나갈 것이다.
인간은 항상 쓰레기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향후 몇 년간 해마다 약 3000~4000만 대의 컴퓨터가 도태되어 용도폐기될 것이라고 한다.
신제품에 밀려 금세 구닥다리 신세로 전락하는 전자제품은 컴퓨터뿐만이 아니다. 2009년 모든 TV방송이 디지털 HD로 전환되면 아날로그 신호만 수신하는 TV는 아무리 멀쩡해도 쓸 수 없게 된다. 시청자들이 디지털 방송에 대비해 TV를 교체하면서 해마다 약 2500만 대가 폐기되고 있다. 디자인에 민감한 모바일 기기 시장을 보면 2005년 미국에서만 휴대전화 9800만 대가 쓰레기가 되었다. EPA는 2005년 한 해만도 총 150~190만 톤의 컴퓨터, TV, VCR, 모니터, 휴대 전화가 폐기된 것으로 추정한다. UN환경프로그램은 해마다 전 세계에서 나오는 전자쓰레기 총량을 5000만 톤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많은 쓰레기들이 다 어떻게 처리되는 걸까?
컴퓨터와 모니터의 70% 이상, TV의 80% 이상이 매립되고 있다.
낡은 전자제품을 재활용업체나 지방자치단체 재활용센터에 넘겼다고 해서 안전하게 처리된다는 보장이 없다. 오염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대한 줄이면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재활용업자들도 있지만 브로커를 통해 환경관련 규제가 느슨한 개발도상국에 팔아넘기는 업자들이 훨씬 많다. 다른 나라로 떠넘겨 쓰레기를 눈앞에서 치울 수 있으니 선진국 입장에서 보면 손쉬운 처방이 아닐 수 없다.
2008년 퍼켓이 이끄는 BAN이 중국의 전자 쓰레기 재활용 실태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를 공개하자 환경보호라는 허상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유해폐기물 수출’이라는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 필름은 홍콩과 가까운 중국 광등성 구이유 시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구이유 시는 거대한 전자쓰레기 하치장으로 변해 있었다. BAN이 찍은 다큐멘터리에는 수많은 주민들이 구리를 얻기 위해 컴퓨터 전선을 태우거나 납 등 금속을 추출하기 위해 냄비에 회로기판을 넣어 녹이고, 금을 떼내려고 회로기판을 강산성 용액에 담그는 등 아찔한 광경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더구나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일가족이 전부 이 일에 매달리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은 엄청난 양의 납 함유 물질을 세계의 공장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웨이든헤이머는 말한다. “이것들이 돌고 돌아 유해상품으로 되돌아온다 해도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죠.” 글로벌 경제시대엔 눈앞에서 없어졌다고 끝이 아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마련이다.
밀림의 거인, 킹고 가족의 하루
육중한 몸집의 고독한 가장과 그를 두고 끊임없이 경쟁하고 견제하는 네 부인, 각 부인이 낳은 네 아이들과 어미 없는 조지, 이렇게 열 식구의 이야기다. 유대가 돈독한 이 가족은 벌레와 나비가 떼지어 날아다니는 바로크풍의 무더운 정그 속, 그들만의 세계에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얼음 전사들
말도 못하게 추운 날씨다. 폴란드 출신의 두 등반가는 지독한 추위로 온몸은 무감각해지고정신조차 아득할 지경이지만 그게 무엇인지 안다. 그것은 죽음의 사자다. 죽음의 사자가 그들에게 지칠 대로 �니 몸을 얼음장 같은 날개로 감싼 채 아직 목숨이 붙어 있는 그들을 먹고 있는 것이다.
부츠와 양말, 선크림, 물병 등 모든 게 꽁꽁 얼어붙었다. 그들은 팬티 속에 넣어뒀던 건전지들을 꺼내 무전기에 힘겹게 끼운 후 베이스캠프와의 교신을 시도한다.
영하 40도C의 날씨에 시속 95Km의 바람이 맹렬히 몰아친다.
당시 폴란드 등반가들은 낭가파르바트의 최초 등정에 도전할 수만 있다면 그들의 팔다리나 생명까지도 바쳤을 것이다. 1차 대전으로 100만 명이 넘는 인명을 잃은 폴란드는 전쟁 후유증에서 회복되는 중이었다. 1940년대에는 2차 대전의 상당 부분이 폴란드 땅에서 벌어져 인구의 20%인 거의 600만 명(절반이 유대인)이 목숨을 잃었다.
고난의 역사 속에서 폴란드인들은 아무리 참담한 환경이라도 참고 견디는 법을 오래 전부터 터득했고 투쟁하다 실패한 영웅이라도 똑 같은 영웅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폴란드의 젊은 등반가들은 어디든 오를 수 있었다. 그들은 고통을 굳이 감내할 필요가 없었다. 스페인에서든 그리스에서든 햇살 곡에서 산을 오를 수 있었다.
신들의 온화한 미소
“그림은 거울입니다.” 나를 안내하는 인도 출신 사진기자 겸 영화제작자 베노이 벨이 속삭였다.
아름다움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우주를 창조하고 파괴하는 춤을 추는 시바의 청동상이든, 보리수 아래서 해탈에 이르는 부처의 그림이든, 예술작품은 보는 사람이 바응하기 전에는 금속물질이나 말라버린 안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힌두교인들은 단순한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에술작품과 교감하는 것을 신을 ‘보는’ 행위라고 해서 ‘다르샨’ 이라 부른다. 미술사가 비드야 데헤지아에 의하면, “이것은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는 행위가 아니라, 깨달음을 얻는 역동적인 행위”이다.
노스다코타의 텅 빈 대초원
노스다코타 주에는 곳곳에 유령 마을이 있다. 이 빈 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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