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문학동네, 2007(1 4)

 

 

 

 

 

 

 

 

 제삿날 밤이면 어른들은 죽은 조상들이 들어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모든 문을 열어놓았다 나는 늘 제삿날이 아닌 밤에는 그 사람들이 어디서 밥을 먹는지 궁금했다.

 

 

 

 머리를 짧게 깎아 마치 눈 내리는 먼 길을 걸어온 사람 같았다.

 

 

 

 자신은 증오도 이해했고 분노도 이해했지만, 결국 사랑만은 이해하지 못했다고 헬무트 베르크는 내게 털어놓았다. 증오나 분노와 달리 사랑이 가리키는 것은 저마다 달랐다.

 

 

 

 몰라, 몰라. 니가 이 우주에 나는 나 하나뿐이라고 해서 너무 추워졌어.

 

 

 

 어두운 밤하늘에 수많은 전파들이 존재하듯, 외롭다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을 것이라고 정민은 생각했다.

 

 

 

 폭력이 몸에 벤 사람은 폭력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리고 바로 그 인식하지 못함이 그가 속한 세계를 폭력적으로 만든다.

 

 

 

 모든 것이 끝장나도 내겐 아직 죽을 힘이 남아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3 5.

 

 

 

 자유란 관념이 아니라 욕망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나는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던 그날부터 역사는 실시간 중계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해. 그렇게 되기 시작하면 우리는 눈을 떼지 못하고 시청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 그게 자본주의의 미디어가 하는 일이야. 우리를 역사의 시청자로 만드는 것.

 

 

 

 사람은 하루 동안 이천삼백사십 번을 숨을 쉰다고 이 책에는 나와 있다. 그러니까 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허파꽈리는 오늘 하루에만 사십이해일천이백만경 번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셈이다. 일 년이면 그 숫자가 얼마나 될지 또 곱해볼까?

 

 

 

 인간의 수명이 70살이라고 할 때, 우리는

 

1.       38300리터의 소변을 본다.

2.       127500번 꿈을 꾼다.

3.       2700000000번 심장이 뛴다.

4.       3000번 운다.

5.       400개의 난자를 생산한다.

6.       400000000000개의 정자를 생산한다.

7.       540000번 웃는다.

8.       50톤의 음식을 먹는다.

9.       333000000번 눈을 깜빡인다.

10.   49200리터의 물을 마신다.

11.   563킬로미터의 머리카락이 자란다.

12.   37미터의 손톱이 자란다.

13.   331000000리터의 피를 심장에서 뿜어낸다.

 

 

 

 폭력적 체제에서 비폭력은 멸시의 대상입니다.

 

 

 

 이에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군부가 베풀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은 결국 난장판으로 끝이 나는 술자리, 고도 이만 피트를 최고시속 삼백칠십이 마일로 비행할 수 있는 성능을 지닌, 하지만 이백오십 킬로그램의 폭탄을 적재한 탓에 결국 한번 급강하하게 되면 다시는 기체를 일으켜 세울 수 없는 단발엔진 탑재 함상전투기 제로센, 그리고 죽어가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삶이 덧없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줄 마약, 즉 히로뽕이었다.

 

 

 

 광주항쟁은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광주항쟁은 남한에 있는 모든 젊은이들을 우연한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그들이 죽지 않고 대학에 들어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미팅을 하고 섹스할 수 있었던 까닭은 지극히 단순했다. 1980 5월 광주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선율이 무슨 의미인지 당시에는 몰라. 그건 결국 늦게 배달되는 편지와 같은 거지.

 

 

 

 감각들이 머릿속에 둥지를 틀고 있지 않다는, 다시 말해 창문과 구름, 나무가 우리 두뇌 속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보고 감각하는 바로 그 장소에 깃들고 있는 것이라는 학설이 옳다면, 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보는 순간 우린 우리 자신의 바깥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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