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백지
장백지의 누드 사진을 보며 시를 쓰는 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톡! 소리나게 맥주 마시며
안주로 라볶이를 먹으며 장백지 사진을 보는 시인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걸 보면 외로움은 비슷한 사람이 또 있다고 해서 나눠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아무리 들여다 봐도 나의 장백지로 나눠지지 않는 것처럼
일요일 새벽에 조각난 담배를 피우며
예수의 벗은 몸을 보고도 섹시함을 느낄지 궁금했다
눈 빨개진 태양이 떠오를 때까지 다리 사이 장백지를 보아도
섹시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장백지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카메라가 좀 더 선명했더라면…
한 젓가락 두 젓가락 라볶이를 잘라먹으며
추락하고 이혼당한 장백지가 내 시를 읽고 사랑에 빠지는 일을
십자가 붉게 빛나는 기독교 협회에 의뢰해볼까
오리처럼 꽥꽥거리는 물음표가 날아
장백지 사진 속으로 날아들어가
침대 위에 몸을 누인다
기회가 된다면 십자가 체위로 섹스를 하고
엑스터시도 하고
가끔 교회에 나가면서
그렇게 살았으면 싶다
보험 판매원과 섹스를 하고 보험 하나 들어주는 삶
주고 받는 나누는 삶
이런 마음을 장백지가 볼 수 있도록
영어나 중국어로 번역해 줄 사람을 찾아 가야 하는데
태양이 미성년자처럼 볼이 빨개져서는
우물 쭈물 할 말도 못하고 머뭇거린다
먼저 콘돔을 불어 그 안에 짐들을 챙기고
홍콩영화처럼 선글라스를 끼고
가끔은 나눠 쓰는 외로움도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