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섹스 2, 제프리 유제니디스, 민음사, 2004(1 3)

 

 

 

 

 

 할머니에게 죽음이란 단지 종류다 다른 이민일 뿐이었다.

 

 

 

 필로보시안 박사에게선 낡은 의자 냄새, 머릿기름과 엎지른 수프 냄새, 또 깜박 졸음의 냄새가 났다.

 

 

 

 내 관심은 일견 과학적이고 동물학적인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주근깨가 많은 생물체는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콧마루 위에서 빅 뱅[우주 대폭발]이 일어나 이 폭발의 힘으로 은하수 같은 주근깨가 떠밀려서 따뜻한 피가 흐르는 그녀의 굴곡진 우주 구석구석으로 흩뿌려졌다.

 

 

 

 화장실에 가면 누군가 한 칸을 차지하고 훌쩍이는 소리를 간간이 들을 수 있었다.

 

 

 

 호르메스가 지겨워지면 벽을 읽기 시작했다.

 

 

 

 재능은 일종의 지능이다.

 

 

 

 우리 아버지는 대통령의 과실이 눈 덩이처럼 불어날수록 어찌된 일인지 자신을 더욱더 닉슨 대통령과 동일시하는 것이었다.

 

 

 

 내가 밑으로 가고 그 애를 내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 나면 내 몸은 성당처럼 종을 치기 시작했다. 종루를 지키는 꼽추가 훌쩍 뛰어내려 미친 듯이 밧줄을 잡고 흔들어 대는 것이다.

 

 

 

 이렇게 노는 건 처음이었다. 새롭게 발견한 방식이었다.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는 건 자질구레한 것들을 쳐다보지 않는, 일종의 눈을 감는 행위였다.

 

 

 

 가장 널리 사육되는 누에 품종인 밤빅스 모리의 유충은 이제 세상 어디에도 자연 상태로 남아 있지 않다. 나의 백과사전은 이를 따끔하게 집어낸다. 누에의 유충은 다리가 퇴화되어서 성충이 되어도 날지 못한다.

 

 

 

 여자들은 이야기를 좋아하고, 남자들은 추론을 좋아한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얼굴은 옆 침대에서 잠든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하얗고 무표정해 보였다. 콜드크림이 화장뿐 아니라 그녀의 개성마저 지워 버린 것 같았다.

 

 

 

 배에 가스가 찬 사람들이 안에 틀어박혀 부끄러움도 없이 일을 볼 동안, 소변기 앞에서는 남자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눈가리개를 씌운 말처럼 앞만 보았다.

 

 

 

 아냐, 그렇지 않아. 쉬어가 말했다. 난 죽은 사람이 입었던 옷이 좋아. 굉장히 실존주의적인 느낌이 나잖아.

 그게 뭔데요?

 뭐 말이니?

 실존주의적이라뇨?

 그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실존주의자란 순간을 위해서 사는 사람을 말한단다.

 

 

 

 어머니와 자식을 이어주는 탯줄은 결코 완전히 끊어지는 법이 없다고 우리 어머니는 말하곤 했다.

 

 

 

 약 기운이 돌면 어머니는 자신의 마음 깊숙이 침잠했는데, 일종의 전망대처럼 거기에서 자신의 근심을 관찰할 수 있었다.

 

 

 

 부처도 LSD를 했다던데. 돌대가리들 중 하나의 말이었다. 그걸로 깨달음을 얻은 거래.

 

 

 

 모든 사람들이 절망에 맞서 싸우지만, 결국에는 절망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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