늠름한 전화

 

 

눈 감고 전화 중이다

자꾸 나뭇잎 떨어진다

몇 개 없는 어휘처럼

젖은 채로 떨어진다

눈꺼풀에 묻었나 싶더니

안쪽까지 축축하다

서늘한 가야금 소리

아니, 손톱 깎는 소리

현 끊어지듯 짤막하게 튄다

여기까지 따꼼하다

시커먼 밤이 콧구멍을 넓히고

뭔지 모를 것들을 긁어낸다

체념의 취향으로

눈 감고 전화하는 중에

나뭇잎 자라기 시작한다

뒤덮기 전에

전화를 끊는다

코가 막힌 듯 꿈틀거린다

밤이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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