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 삼아 피워보는 담배

 

 

 

 

 

 

답장 삼아 피워보는 담배

 

 

 

 

나는 담배로 도넛 구울 줄 모른다

나는 담배로 돈 접을 줄 모른다

나는 담배로 여인 잡을 줄 모른다

나는 담배로 건강해질 줄 모른다

나는 담배로 전등 킬 줄 모른다

나는 담배로 화장할 줄 모르고

나는 담배로 부드러워질 줄 모른다

나는 담배를 깊이 빨아들이지만

발자국 찍고 날아오르는 건 내가 아니다

나는 담배가 아니라는 사실에

불과 술을 붙여 입에 담았다

이빨과 이빨 사이 불꽃이 눅어 붙는다

담뱃잎 헤치고 빨갛게 달려 드는 감정

이내 풀어헤치고 튀어나오는 허연 말들

담배는 건들거린다

담배는 붙잡힐 줄 모른다

트트트트. 빠드드드. 타들어가는 소리 보며

나는 담배로 편지 쓸 줄 모른다

는 걸 알게 된다

형의 편지 받고 답장 삼아 피워보는 담배는

죄다 풀고

나는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