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처에 수제 햄버거를 파는 곳이 있다.

그렇다고 빵부터 모두 다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고

빵에 들어가는 주 재료인 고기패티와 베이컨 등을 직접 만드는 것 같다.

 

그전까지는 20대로 보이는 젊은 아가씨 알바가 햄버거를 만들어 주었는데

오늘 가보니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3분이서

햄버거를 만들고 계셨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매장 정리를 하는 나이드신 분을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햄버거를 만드는 아주머니들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주방이 보이지 않는 보통의 패스트푸드점들과 달리 수제 햄버거 가게들은

주방과 카운터가 바로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분명 같은 햄버거집이고, 재료도 같을 텐데

재밌는 것은 햄버거가 훨씬 맛있어졌다는 것이다.

(불행히도 감자튀김의 맛은 그대로였다.)

어떻게 된 건가 꼼꼼히 살펴보니

토마토의 굵기라든지

빵과 빵 사이에 재료들을 올려놓은 모양새라든지

그런 것들이 훨씬 좋아진 것이다.

 

사실 내가 패스트푸드점 주방 알바의 정신을 잘 몰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보통은 패스트푸드 주방 알바에게 '요리인의 정신'을 기대하진 않을 것이다.

정해진 메뉴얼대로 기계적으로 '동작'만 하면 된다고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만든 햄버거를 먹어 보고 느낀 건 한 마디로 이것이다.

"요리를 하셨네"

 

그 비결인 뭔지는 잘 모르겠다.

음식 하는 것이 손에 익어서 그런 건지.

아주머니들 특유의 정성인지.

알바를 하고 있다는 '위치적 자각'(= 햄버거 만드는 알바)이 아닌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는 '행위적 자각(= 나는 알바로 햄버거를 요리해)'이 있기 때문인지.

 

아직, 아주머니가 요리하는 패스트푸드점은 어색한 것이 현실이다.

가끔 '요리사가 요리하는 패스트푸드'라는 컨셉의 패스트푸드점은 보이긴 하지만.

"아줌마버거"가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아줌마들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만드는 그런...

롯데리아에 건의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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