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10일 목요일 JR나라센

 

 

교토와 나라 사이

 

 

 

 

교토역에서 나라역까지 나라센을 타고 가다보면

철길을 따라 집 한 채의 공간도 비지 않을 정도로

나란히 세워져 있는 집들을 바라보게 됨.

 

철길 양편으로 집들이 너무도 나란히 세워져 있어서

먼저 철길을 만들고

그 양 편으로 집들을 지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음.

 

한국에서의 그 흔한 철길 주변 소음 차단벽 하나 없음.

이 철도의 소리가 그렇게 괴롭지 않다는 뜻이고

함께 살아갈만한 소리라는 의미임.

 

한국에서 철도 주변은 어쩐지 빈민가스럽고

집값이 뚝뚝 떨어지고

사람 못 살 곳 같은 느낌을 받고는 함.

그런데 여기는 마치 바닷가나 개울가의 마을처럼

그저 삶의 풍경의 일부로서 철도가 흐르고 있음.

 

그건 아마도, 이 철도가

함께 사는 걸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기 때문임.

기차도 가고, 사람도 살고.

그런 모습이 교토에서 나라까지 줄곧 이어짐.

 

한국에서처럼 나는야 간다! 길을 비켜라!라고

괴성을 지르며 열차는 달리지 않음.

무슨 괴롭힘 당하는 동네 꼬마들처럼

귀 막고 애써 괴로움 참는 주택지의 모습이 없음.

 

솔직히 몰랐음.

철도와 마을이 바싹 붙어서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 거라고는.

 

한국에서 기찻길의 반댓말은 평온한 주택지.

그러므로

한국말 기찻길을 단지 일본말로 번역한다고 해서

그 의미까지 번역되지는 않을 것임.

우리 말의 김치와

그 말의 일본말인 기무치가

결코 같은 의미를 지닐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임.

 

오늘날 촌스럽다는 말은 시골스럽다는 의미가 아니라

못났다는 의미임.

예전이나 지금이나 말은 그대로 촌스럽다인데

그 의미가 바뀐 것임.

 

아마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리 삶의 형태가

말의 의미를 바꾸게 되는 것으로 여겨짐.

우리에게 철길이란 말은 너무

쇳소리 나고 퍽퍽하고

잠깐 지나치는 여행자에게나 감상적이게 다가올

그런 의미임.

 

일본에서 철길은

함께 살아도 좋을 의 의미임.

 

그들의 생각과 행동이

그런 의미를 만들어내었음.

 

한 때 텔레비전은 첨단기기의 의미였음.

도중에는 바보상자의 의미였다가

지금은 낡은 매체, 고전적인 오락 도구로 바뀌고 있음.

나중에는 드라마와 아줌마의 의미로

바뀔지도 모름.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우리 주변 것들의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매일 매일 알았으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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