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삿날

 

 

외할머니 제삿날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천장이 검버섯처럼 젖어 드는 새벽

쓰러진 비들을 밟으며 회사로 나와

인터넷에서 지방 쓰는 법을 찾아

A4 종이에 베껴 쓰고

3M 접착제를 뿌려 붙였다

민병철어학원 비닐화일에

외할머니 지방을 넣었다

쓰기는 베껴 써도

읽을 수 없는 한자들이

외할머니의 영혼을 부르고 앉히고

우루루 음식을 먹이고

그런 날에 꼭 몸이 아프다

마음 대신 몸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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