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뀔 때면

 

 

이불 속에서 방귀를 부우웅 뀌면

침대 스프링이

아버지 가슴 속 말린 순대처럼

떨려오며 나를 도로 밀쳐낸다

저리 가아- 하는 듯이

 

지붕 위로 날아간 나는

마약 중독자들의 별을 지나

손가락 없는 기타리스트들의 우정을 지나

어느 이름 없는 젊은 가수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알고 보면 그게 아버지 어릴 적

순대 먹으며 부르던 노래였는지 모른다

 

울고 싶을 때마다 방귀를 뀌었던 것이라면

아버지는 참 많이 울고 싶었을 테고

울기 위해 먹었던 것일 테지만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이 뀌어댔던 것일 테지만

 

내가 상관 할 일 아니라는 듯

이불을 꾹꾹 눌러 막는다

똥구멍까지 가라앉아 가도록 말 못한

얘기 따위는 듣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게 나의

이야기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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