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오후
정녕 이리
시가 안
써지는 것이었다면
시가 안
써지는 걸 시로 쓰리라 생각했다
찌린내 밖에 없는 텅
빈 냉장고를 알면서도 계속 열어보는 것처럼
나는 자꾸 뒤적거렸다 나를
채워 놓으라고 내
안에 써
먹을 만한 걸 사다 놓으라고
새까만 지갑을 들고 나가 사온 건
순대와 양말과 핸드폰
줄이었다
핸드폰
같은 걸 바꾸고 고르는 동안 내가 늙는구나
라고 생각하자 찌린내 속이
더 한심해졌다
농심도 아니고 한심
농부도 아니고 한심한 인간
자라기도 전에 썩어버린 모처럼
마음 끄트머리부터
탄력 없이 툭툭
떨어져나간다 시인이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건
맞는 말이다 매일
배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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