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자살여행, 아르토 파실린나, 솔, 2008(1판 13쇄)
강연 연사의 의견에 따르면, 자살을 범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분 좋거나 아니면 적어도 만족스러운 경험을 유도하는 흥미로운 것을 더 이상 찾아내지 못하는 상황, 다시 말해 일종의 체험 무능력에 있었다.
잠은 아내를 바라보고 있자니, 레로넨은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부인이 코를 골았다. 한때 아주 열렬히 사랑했던 여인, 아마 처음에는 아내도 렐로넨을 좋아했을 것이다. 그러니 자금은 사랑은 말할 것도 없고, 아무런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파산이 문으로 들이닥치면, 사랑은 창문으로 날아가 버리는 법이다. 파산이 연달아 네 번이나 문을 뚫고 들어오면, 창문으로 던질 만한 뭐가 남아 있겠는가.
렐로넨은 아내의 냄새를 맡으려고 코를 킁킁거렸다. 맞아. 바로 이 냄새였다. 심통 난 늙은 할망구 냄새, 그런 냄새는 아무리 애써도 물과 비누로는 씻어낼 수가 없다.
자살자들은 밤에 보초를 세우지 않았다. 그 야영장에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원래 말 못하는 성직자는 없는 법이며, 아무리 풋내기 목사라 해도 이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고층 건물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기는 어려운 법이다…. 다세대 석조 건물 안의 집은 주부의 손길이 닿아야만 안식처가 될 수 있다. 주부가 집을 나가거나 세상을 뜨는 경우에, 인식처는 거주지, 숙소, 골방이 되어버린다.
붉게 작렬하는 한밤중의 태양빛을 받으며, 자살자들은 두고 온 조국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조국 핀란드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잘못 다룬 탓에, 특별히 조국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여행단은 소르요넨을 ‘슬픔의 훼방꾼’이라고 불렀다.
대령이 텐트 입구를 닫고서 바로 그 앞에 누웠다. 군인들은 개들과 비슷한 점이 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있는데도 알아서 보초를 선다.
영하의 추운 밤에 불꽃이 넘실대며 타오르고, 불티가 작은 별똥별들처럼 날아오른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버터 빵을 꺼내어 한 입 베어 물며, 아무리 그래도 인생은 복잡하지 않으며 긴장감 넘치는 흥미진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장은 피곤한 몸을 애써 가누며, 심문받는 사람은 마치 양파와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심문은 양파 껍질을 벗기는 작업에 비유할 수 있었다. 거짓말의 껍질을 벗기고 나면 순백색의 진실이 드러나고, 양파 껍질을 벗기면 몸에 좋고 맛 좋은 양파 살이 모습을 나타낸다. 두 경우 모두 껍질을 벗기는 사람은 눈물을 흘린다……. 삶은 그런 것이다. 결국에 양파는 잘게 썰려서 버터에 볶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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