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시간
여행시엔 언제나 시간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도시 속 일상이 몰아쳐오는 시간을 파도 타듯 타넘어가는 것이라면,
그래서 다음 파도에 대한 준비와 당장의 파도 속에서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급급한 것이라면,
그러므로 그 시간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시간의 깊이나 그 속에 무엇이 사는지를 관찰할 여지가 없는 것이라면,
숨가쁘게 파도를 타다 지금 내가
어디쯤 있는지를 뒤늦게 발견하게 되는 것이라면,
여행이란 파도와 같은 높이로 서서
그 시간과 온 몸으로 마주치고 견디는 것이다.
파도가 오면 그 파도를 보는 것이다.
이를 테면 비행 탑승을 기다리는 한 시간 가량을
나는 온전히 탑승을 기다리며 보낸다.
책을 읽지도, 문자를 주고받지도, 다른 무얼 하지도 않는다.
탑승을 기다리는 시간에는 그저 탑승을 기다린다.
시간 위에서 뛰놀기보다
시간의 흐름 속에 그저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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