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중지, 주제 사라마구, 해냄, 2009(초판 2쇄)
총리는 이렇게 사이비과학적인 허튼소리를 한 뒤에, 그러니까 전국을 사로잡고 있는 동요를 진정시키려고 일부러 알아들을 수도 없는 소리를 한 뒤에, 정부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며, 용기를 갖고 국민의 활기찬 지원을 받아 죽음의 결정적 소멸, 어느 모로 보나 이 상황은 이렇게 결론이 날 듯한데, 이런 소멸이 불가피하게 야기할 복잡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도덕적 문제들과 맞설 각오라고 마무리를 해 갔다.
그런 견 교회에서도 똑같이 중요하오, 총리, 하지만 우리는 입을 열기 전에 먼저 생각을 열심히 해야 한다오, 그냥 말을 위해서 말을 하는 게 아니지 않소, 장기적인 결과를 계산해야 한다는 거요, 사실 우리 전공은, 비유를 해도 좋다면, 탄도학 아니겠소.
하지만 교회는, 교회는, 총리, 영원한 답에 워낙 익숙해졌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답을 내놓는 것은 상상이 가지 않소. 현실이 그런 답과 모순이 된다 해도 말입니까. 우리는 처음부터 현실과 모순되는 일만 해왔소. 그래도 지금까지 이렇게 버티고 있지 않소.
비록 이따금씩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그들을 돌보아주는 일이 필요할 때 누구도 그것을 거부한 적이 없었으며, 아주 드물기는 했지만, 빛이 꺼지기 전에 동정심과 사랑을 설탕처럼 한 숟가락 섞기도 했다.
보시오, 실장이 전에는 뭐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뭔지는 내 잘 알겠소, 완전한 멍청이요.
아홉 시 정각에 익숙한 시그널 뮤직과 더불어 뉴스의 다급해 보이는 오프닝 타이틀이 떠올랐다. 시청자들에게 텔레비전 방송국이 하루 스물네 시간 시청자들에게 봉사하며, 과거에 신을 묘사하던 말처럼, 어디에나 존재하고, 어디에서나 뉴스를 보낸다는 사실을 설득할 의도로 만든 잡다한 이미지들이 빠르게 이어지면서 지나갔다.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내가 틀렸다고 인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내가 일을 할 때 사용하는 잔인하고 부당한 방법과 관련이 있는 거예요, 나는 몰래, 예고도 없이, 실례한다는 말조차 없이 사람들 목숨을 가져가잖아요. 나도 이것은 정말이지 잔인하다고 인정해요. 심지어 유언장을 작성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경우도 많잖아요, 사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병을 보내 미리 길을 닦아놓기는 하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묘하게도 인간은 늘 그 병을 떨쳐버리기를 바라더라고요, 그래서 뒤늦게야 그게 자신의 마지막 병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거예요.
남자가 막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뜯어본 이 자주색 편지에 따르면, 이 남자와 세상은 앞으로 단지 일주일 동안 서로에게 자신을 빌려줄 것이다.
죽음이 어떤 영원한, 고정된 미소를 짓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섬뜩한 취향 때문이라기 보다는 취향이 부족한 유머 감각 때문에 그렇게 말할 것이다. 어쨌든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 그녀는 고통으로 찡그린 표정이다. 죽음은 늘 자신에게 입이 있었고, 입에 혀가 있었고, 혀에 침이 있었던 시절의 기억에 쫓기기 때문이다.
신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자신의 모습을 인간의 눈에 보이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지 못해서가 아니다. 신에게 불가능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창조한 것으로 되어 있는 존재들, 어차피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존재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어떤 얼굴을 쓰고 나갈 것인지 몰라서다.
이 남자는 죽었다, 죽음은 생각했다, 죽을 운명에 처한 모든 존재는 이미 죽은 것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도 사실 모두 똑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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