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나리오 선집 2006 상권

 

 

 

 

 

가족의 탄생

 

S#57 채현 집 앞 복도

어두운 복도, 그들이 들어서자 자동불이 켜진다. 채현과 경석, 말없이 서 있다.

 

경석 (가라앉은 목소리로) 우리 그만 하자.

채현

경석 이제 안 올게.

채현 왜?

경석 힘들어.

 

자동불이 꺼진다. 허공을 향해 팔을 젓는 채현. 불이 다시 켜진다.

 

채현 나도 힘든데.

경석 알아.

채현 그런 말 쉽게 하는 거 아니야

경석 쉽게 하는 거 아니야.

 

 

 

 

경석 (문어체 시를 읽듯이) , 바람 좋다. 바람이 노랠 부르네

채현 (피식, 햇살에 눈을 찡그리며 과장된 말투로) 하늘에 눈이 베일 것 같다.

 

 

 

 

 

 

 

 

 

괴물

 

 

더글라스 그렇죠. 그냥 한강에다 버리자구요.

김씨 저기 이게 웬만한 독극물도 아니고

더글라스 (말 끊고) 한강 큽니다. 마음을 크구, 넓게, 가집시다.

 

 

 

 

희봉 게다가 기억 니은 가르쳐 주지두 않았는데 지가 알아서 한글을 깨쳐가지구 달력

밑에 박혀있는 글귀 같은 걸 줄줄줄 읽는겨, 꼬맹이가 예를 들면 대책없이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가족계획협의회 뭐 이런 거 말여

 

 

 

 

 

 

 

 

 

달콤, 살벌한 연인

 

 

성식 대우. 21세기다. OECD가입한 지도 꽤 됐잖아.

대우 ?

성식 미처 정리 못 한 옛 애인이 나타날 수 있어. OECD 가입국 중에서 이런 문제로 고민

     하는 나란 몇 나라 없다. 그래, 프랑스. 프랑스 남자들은 이런 일 정돈 똘레랑스로

     그냥 껄걸 웃고 넘어가.

 

 

 

 

장미 어떻게 좀 해!

미나 서울 한복판에서 이 무거운 걸 어떻게 옮겨?

장미 차 한 대 구해가지고 어디 산에 가서 묻으란 말이야.

미나 나 면허 없는 거 알잖아.

장미 면허도 없으면서 사람은 왜 죽여, ! 무조건 오늘 내로 내 방에서 치워! 경고야!

 

 

 

 

S#83 깊은 산 속(D)

건성으로 삽을 놀리는 장미, 뭔가 할 말이 있는 눈치다.

흐트러짐 없이 삽질에 열중인 미나.

 

장미 저기 언니,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미나 ?

장미 이따 저도 같이 묻으실 건가요?

미나 (잠시 장미를 보고) 왜 갑자기 언니야?

장미 언니라고 부르기 싫어 제가 두 살 올렸어요. 저 닭띠예요.

미나

장미 죄송해요. 제가 원래 싸가지가 없잖아요.

미나 왜 내가 널 묻을 거라고 생각해?

장미 이쯤 팠음 된 거 같은데, 계속 파시니까 2인용인가 싶어 신경이 좀 쓰이네요.

미나 니 오빤 어제 이거보다 훨씬 더 깊게 팠어.

장미 오빠가 딴 건 몰라도 일 하나는 절대 대충대충 안 넘어가긴 해요.

미나 니 오빠 어제 일하는 거 보고 나도 느낀 게 좀 많아. 난 여자라서 혼자 못 치운다고 지레 단정해 버렸잖아.

장미 어휴~ 언니가 그럼 제가 부끄럽죠.

미나 어쨌든 너 묻을 생각 없으니까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빨리 파기나 해. (삽질 시작)

장미 (신이 나서) , 언니!

 

 

 

 

S#87. 분식집(N)

우동을 먹고 있는 미나와 장미.

땀과 흙먼지로 몰골들이 말이 아니다.

장미,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미나의 눈치를 계속 보고 있다.

 

장미 (헛기침 한 번) 언니. 저 좀 놔주시면 안 돼요?

미나 ?... (단호) 안 돼.

장미 어차피 저도 안심할 처진 못 되잖아요. 저는요, 깜빵에 들어가는 게 죽는 것보다 더

     싫으니까, 절대 신고 안 해요.

미나 넌 내가 이 나라를 뜨기 전까지는 딴 데 못 가.

장미 제가요, 좀 짜증나는 스타일이잖아요. 그래서 언니랑 같이 지내다가요, 저는 그럴려고

     그러는 게 아닌데, 또 언니 성질 건드릴지도 모르잖아요. 그렇게 되면 언니가요,

     욱하는 기분에 순간적으로 저를 확 그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 그럼 언니가 산에 한 번

     더 가셔야 되는데, 솔직히 이거 혼자 하기는 좀 힘들다고 생각하거든요?

 

 

 

 

 

 

 

 

미녀는 괴로워

 

통화남(E) (애절하게 부르짖는) 빨리 좀 받아 제발, 받아, 빨리. (이제는 거의 울먹이는)

          지금 마누라, 샤워한단 말야! , 너무 무서워. 쟤 왜 저래??

한나 (여유롭게) 선생님 그냥 샤워만 하시는 걸 거예요. 심호흡하세요.

      (애 다루듯) 심호흡 크게~~ ~ ~

 

 

 

 

정민 (답답해서 흥분하기 시작한다) 지랄. 남자한테 여자는 딱 세 종류 뿐이야. 봐봐, (뒤쪽 벽의 소주 광고모델인 아미의 포스터를 가리키며) 이쁜 여자, 진품이지. (자신을 가리키며) 평범한 여자, 명품이구. (한나를 가리키며) ? 바로 반품이야, 알아? 세 가지!!!

    (비트) 비계 띠고 먹어 이년아.

 

 

 

 

상준 (웃는다) 재밌어? (노려보며) 재밌어? (미소 지으며 싸하게) 밥 먹어, . 뻥튀기만

먹으니까 뇌가 점점 팝콘으로 변하잖아? 못 느껴?

 

 

 

 

한나, 거울 속 자신을 손가락으로 만져보더니,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그녀의 고통을 짐작하는 바, 일순 주변이 숙연해지는데

 

한나 (눈물 콧물 범벅) 흐엉 울어도 예쁘다

 

 

 

 

정민 자, 보자. 니가 어떤 남자한테서 선물을 받았어. 그럼?

한나 (자신 없다) 고맙습니다?

정민 아니지. 아니지. . (손가락을 살랑 젓곤, 도도하게 째리며) 에게?

 

한나, 그런 거 같다는 표정으로 정민의 말에 더욱 집중한다.

 

정민 자, 니가 어떤 남자의 발을 밟았어. 그럼 뭐라고 하지?

한나 (되게 미안한) 죄송합니다.

정민 (설레설레, 한 손은 허리 짚고, 한 손은 턱 받치고 우아하게 되묻는)

     아퍼? 이쁜 것들을 일단 말이 짧단 말이야. 길게 가지 마! 도도. 우아. 알겠지?

 

 

 

 

한나 (끄덕이며) 그런 거죠? 실리콘이 더 싸서 하신 건 아니죠? 그죠?

이공학 슬프다 (겸연쩍은 듯 웃고) 너 이런 시련이 다 어디서 오는 건지 아니?

       자심감. 몇 번을 말하니. 당당하게 행동해야 돼. 미녀는 Attitude, 오케이?

       (직접 해보이며) 턱은 15도 각도로 살짝 들어주고 시선은 비스듬히 내려 깔고

       손은 허리에 착. 그게 엔진이야. 엔진.

 

 

 

 

최 사장 (못 말린다는 듯) 어디가 그렇게 좋냐?

상준 (시침 뚝) 몰라.

최 사장 이뻐서?

상준 그건 형 같은 속물이 하는 얘기고.

최 사장 그럼 순수해서?

상준 그건 나 같은 속물이 하는 얘기지.

 

 

 

 

 

 

 

 

 

 

비열한 거리

 

 

황 회장 병두야, 세상에서 성공할려면 딱 두 가지만 알면 돼. 자기한테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 그리고 그 사람이 뭘 필요로 하는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