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은행나무, 2009(125)

 

 

 

 

 

 

 그녀는 넓은 사무실의 한 모퉁이를 회계 부서의 동료와 함께 쓰면서, 형광등 불빛과 찬 에어컨 바람 속에서 일했다.

 

 

 

 자기 연민에 빠지면 평범한 실연을 당해도 스스로를 비극의 주인공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럴 때 사람들은 목이 아프다며 스카프를 친친 두르고, 사방에 약을 벌여놓고, 폐렴에라도 걸린 듯 콧물을 흘린다.

 

 

 

 세상의 현상 [아기가 태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개구리가 알을 낳고, 화산이 분출하고, 정치가들이 거짓말하고]이 만드는 이질적인 거품과 직면해서,

 

 

 

 워홀이 물감으로 한 일과, 오랫동안 있는 줄도몰랐던, 코나 손의 점들을 애인이 칭찬해주는 일은 비슷하지 않을까? 애인이 당신처럼 사랑스런 손목/사마귀/속눈썹/발톱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거 알아?라고 속삭이는 것과 예술가가 수프 통조림이나 세제 상자의 미적인 성질을 드러내는 것은 구조적으로 같은 과정이 아닐까?

 

 

 

 그 남자는 욕망을 숨기지 않았고, 거절당할 가능성이 있어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서투르고 모호하게 사랑을 속삭이느라 평생을 허비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면 조용히 자살하고 마는, 창백한 북구 남자들[베르테르 같은]의 접근 방식과는 대조되는 현란함이었다.

 

 

 

 자유인들은 욕망을 직접 표현하고, 스스로의 마음에 따르고, 대중의 견해나 군중의 두려움에 휩쓸리지 않으며, 유행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지도 않는다.

 

 

 

 앨리스는 미국의 현대 미술가 제니 홀처가 작품으로 표현한 경구 하나를 기억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누군가의 인품을 빨리

 알고 싶다면

 우유를 한 모금

 입에 가득 머금었다가

 그에게 뿜어보라.

 

 

 

 편집증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따르는, 극히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상대를 높이 평가하니 내가 버려질 가능성이 점점 커질밖에.

 

 

 

 신들은 자주 자리를 비우거나 있어도 잡히지 않는 특징이 있기에, 인간들은 부엌에서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터놓고 수다를 떨기보다는 기도나 꿈을 통해서 의사소통한다.

 

 

 

 흔히 아픔과 고민이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한다. 예컨대 우리는 탁자 다리에 발가락을 찧으면 비로소 발가락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발가락이든 더 큰일이든 문제가 생기거나 아플 때에만 따로 생각하게 된다.

 

 

 

 그녀가 어렵게 번 80파운드를 드레스와 수영복에 쏟아 부으면서 원했던 것은 꼴같잖게 비싼 옷이 아니었다. 냉소적이고 재능 없는 디자이너가 만들고 패션 잡지가 과대 선전해준 옷이 아니라, 손에 잡히지 않는, 그걸 입은 사람의 존재였다-우스운 소리로 들리겠지만, 그녀가 원했던 것은 모델이 입은 옷이 아니라 모델 자체였다.

 

 

 

 그리스어로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란 뜻이다.

 

 

 

 어떻게 생기셨어요?

 , 기분이 괜찮을 때는 로버트 드니로랑 비슷한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질문이 그러네요! 저는 당신을 어떻게 알아보죠?

 전 평범한 갈색 봉투에 들어가 있을 거예요.

 

 

 

 영혼이 없다면 인간은 단순한 기계가 되어, 주주 총회에서 치명적인 심장 발작을 일으킬 경우 영원한 죽음을 맞을 터였다.

 

 

 

 마음 한쪽에서 다른 쪽에게 화를 내도록 허락하겠지만, 네가 무엇에 화를 내는지 알지 못할 때만이야. 너 스스로 화를 내는 진짜 이유를 모르는 동안에만 화를 내도 좋아.라고 말했다.

 

 

 

 자신이 뚱뚱하다는 사실을 몰랐다면[그래서 그 불편한 사실을 감추려고 숨을 들이쉬는 게 아니라면], 그 남자는 자신이 날씬하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남자: 자동차 타이어를 어떻게 해야겠어요.

 여자: 에릭, 할 말이 있어요.

 남자: 무슨 일인데요?

 여자: 당신도 알 텐데요.

 남자: 자동차 타이어?

 

 

 

 조지 버나드 쇼가 말한 사랑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점을 과장하는 흥미로운 과정이라는 유명한 경구의 진부한 메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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