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사건을 기다린다
나는 놀라운 사건을 기다려왔다. 내 삶이 너무 평범하고 일상적이며, 나에겐 더 놀라운 일을 경험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놀라운 일이란 무엇인가. 우연히 소녀시대 티파니가 내 블로그를 보게 되고, 또 우연히 나의 생각과 글에 동조를 일으키고, 또 놀랍게도 나를 사랑하게 되는 것과 같은, 내 주변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그래서 할 수 없이 만화나 소설, 영화로 만들어 위안을 삼는 그런 사건 말이다. 우연히 한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생각이 통하여 우정을 느끼게 되고 친구가 되며, 알고 봤더니 그 노인이 재벌이고 내게 유산을 남기는 그런 일 말이다. 그러니까 놀랍고도 신기하지만 전적으로 나에게 이로운, 그래서 남들이 부러워할 그런 사건들 말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렇게 누가 봐도 놀라운 일을 기다리느라 평생을 보내는 건 얼마나 아까운 일인가 싶다. 내 삶을 놀랍게 할만한 새로 발견한 방법이 있다. 겸손해지는 것이다. 겸손해지고 나면, 작은 일에 큰 놀라움을 느끼게 되고, 작은 일들은 내 삶에 가득하고 풍족하므로 내 삶은 항상 놀라울 것이다. 분단 국가고 휴전 중인데 오늘도 여전히 북한이 침략하지 않는다는 것, 반대로 남한이 침략하지 않는다는 것, 인류 문명의 역사를 통틀어 전쟁이 없었던 때는 30년도 안 된다는데, 잘만하면 죽을 때까지 전쟁을 겪지 않을 수도 있다는 놀라운 행운. 소녀시대의 티파니가 오늘도 사고 없이 무사히 하루를 보내서 내일 다시 그 웃는 모습을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볼 수 있다는 놀라움. 이렇게 말이다.
오늘 대학로에서 토성을 보았다. 사진이나 TV가 아닌 망원경으로 본, 태어나서 처음 경험한 라이브 토성이었다. 아마추어 천문 관측회원들의 행사가 열렸고, 연극 보러 갔다가 운 좋게도 토성의 라이브 연기까지 보고 온 것이다. 누군가의 1억 원짜리 망원경을 잠시 빌려 육안 관측이 불가능한 저 별들과 데이트 할 수 있었다는 건 진정 놀라운 일이다. 겸손해야겠다. 내 삶이 더 놀라워지도록. 그러나 나는, 토성과도 만난 사내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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