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가 끝나고 바로 제사가 있었다

추석이 지나고 또 제사가 있을 것이다

제사가 왜 이리 많은가

집안에 죽은 사람이 많은가 보다

 

제사 정도 있어야 집을 방문하는 나

제사 정도 있어야 집을 방문하는 죽은 이들

우리는 제사날 정도 되어야 서로 만난다

고 가정한다

죽은 이들이 제사 지내는 우릴 보고 있다고 가정하라

고 어릴 적 아버지는 말했다

제사는 가정 속에서 이뤄지고

가정 속에서 끝난다

허무할 때가 많다

 

제사 지낼 때

머리 숙여 절할 때 나는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기분이 든다.

머리로 꾹꾹 땅바닥을 누르며 죽은 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그 메시지가 저승 어딘가로 날아가

죽은 이들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때마침 향불도 안테나모양으로 세워지지 않는가

죽은 이들이 찾아오는 가정보다도

죽은 이들에게 문자 메시지 보내는 상상이

난 더 실감난다

 

제사는 이동이라기 보다

전달의 개념이라 생각된다

 

 

 

 

 

 

'so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놀라운 사건을 기다린다  (0) 2009.07.31
친구를 기다린다  (0) 2009.07.31
그건 사랑이 아니다  (0) 2009.07.30
10  (0) 2009.07.29
늙어가는 꿈  (0) 2009.07.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