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초등학교 때 1부터 10을 배웠다.
초등학교 때 10을 배운 것은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뒤
연봉 10% 삭감을 이해하기 위해선 아니었다.
내 10을 가져갈 10할의 강력한 놈들.
이제 10없이 살아야 하니 다들 말들이 많다.
10만큼 일을 적게 하겠다느니
10을 돌려줄 다른 회사를 찾아보겠다느니
10분 분노를 느낀다느니
그리고 나는
내게 10을 가르쳤던
초등학교 1학년 때의 할머니 선생을 떠올린다.
지금은 아마 돌아가셨을 할머니 선생.
입학싱장에서 나랑 나란히 손잡고 있던 외할머니를 떠올린다.
내가 10을 아는 걸 좋아라 하던 외할머니가
내가 10을 잃어버리기 전에 돌아가셔서 다행이다.
외할머니의 봉분을 세우고 한 해가 지나 찾았을 때
봉분의 얼마간이 깎여나갔던 적이 있다.
대략 10퍼센트 깎여나간 외할머니의 무덤은 흉해서 가슴 아팠다.
그리고 그 무덤은 쭈욱 그 상태 그대로이고
10퍼센트 깎여나가 쓰라리던 가슴만 딱딱한 무언가로 메워져
아픔은 덜하다.
숫자 10을 잃어버리고 내가 잃어버린 게
10만이 아니라는 걸 이해한다.
10을 잃어버린 내 표정이 흉해 보일 것은
거울 없이도 마음이 알아채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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