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을 오래 놔두어선 안 되었던 것이다

 

 

여자 친구가 있던 시절에 나는 꽤 많은 계획들을 가지고 있었다.

직장을 옮기고, 차도 사고, 비가 새지 않고 기지개를 켜도 천장이 손에

닿지 않는 곳으로 이사를 하고, 주말에는 드라이브를 즐기고, 시골장터에 가서

같이 밥을 먹고 여행을 자주 다니는 계획을 둘이서 얘기하고는 했다.

 

지금에 와서, 내가 나 자신에게 충고를 하나 하자면,

계획을 너무 오래 계획 상태로 놔두지 말라는 것이다.

계획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애정이 먼저 식어버릴 지도 모르니까.

 

집을 나선 내가 걸어가는 길 끝에

더 이상 아무도 없는 지금. 내 걸음은 자유롭지만 뭔가 화가 내는듯한 모습이다.

그 많던 계획들은 다 무위로 돌아갔고, 혼자서 짜는 계획들은 모두

함께 계획하기를 즐길 다른 사람을 만날 계획들이다.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할 미래를 잃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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